농구대통령 ‘야인’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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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KCC 감독, 성적 부진 사퇴
지도자로 우승 2회 이끌었지만 최근 3시즌 하위권 처져 고민
선수 영입 책임론도 영향 끼쳐… 남은 시즌 추승균 대행 체제로

“내년 여름에는 태백에서 제대로 훈련해 봐야지.”

허재 KCC 감독(50·사진)은 매년 여름이면 강원 태백시를 찾아 전지훈련을 했었다. 전지훈련 후에는 신이 난 표정으로 한 해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계약 만료 시즌인 2014∼2015시즌을 앞둔 지난해 7월 태백시에서 만났던 허 감독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당시 허 감독은 소주를 들이켜면서 “이번 시즌은 술이 쓸 것 같다. 잇몸으로 버텨야 해”라며 걱정스러워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팀을 비웠던 센터 하승진(221cm)이 합류하고, 국가대표 포인트 가드 김태술이 KGC에서 이적해 왔지만 특급 신인 김민구가 음주 교통사고로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이었다. 하승진의 몸 상태도 쉽게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득점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던 타일러 윌커슨과 디숀 심스 등 두 용병은 외곽에서 ‘나 홀로 플레이’로 일관했다. 김태술도 인천 아시아경기 피로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허 감독은 9일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KCC는 “허재 감독이 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자진사퇴했다. 선수들의 계속되는 부상 악재 속에 시즌 전 구상이 모두 틀어졌고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오던 허 감독은 당분간 일선에서 물러나 심신을 추스를 예정이다”고 밝혔다. KCC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추승균 코치(41)에게 감독대행을 맡겼다.

올 시즌 전만 해도 6강 진입이 예상됐던 KCC는 11승 34패로 9위로 처져 삼성과 탈꼴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앞선 세 시즌 동안에도 KCC는 43승 109패를 기록했다. KCC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성적 부진과 겹쳐 선수 영입, 트레이드 등에 관한 책임론까지 제기되면서 허 감독이 일부 코치에게 ‘갈 길을 알아보라’는 식의 귀띔을 했다고 하더라. 책임을 혼자 지고 가겠다는 마음의 결정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코치가 물러나는 선에서 수습되는 모양새였지만 허 감독이 ‘결자해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후배 감독들의 선전도 허 감독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경은 SK 감독, 김영만 동부 감독 등 40대 초반 감독들이 프로농구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면서 구단 안팎에서 팀 체질 개선의 목소리가 적잖았던 게 사실이다. 한 농구계 원로는 “허 감독은 선수 각자의 개인기를 살리는 패턴을 주문하는 편인데, 이 부분을 선수들이 잘 따라오지 못해 한계를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2005∼2006시즌 KCC 감독으로 부임한 허 감독은 10시즌을 치르는 동안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 준우승 1회, 4강 플레이오프 진출 2회, 6강 플레이오프 진출 1회 등의 기록을 남겼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허재#kcc#성적 부진#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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