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광종이 형 대신해 무거운 짐 맡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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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신임 올림픽축구대표 감독
“골 안먹고 2,3골 넣는 팀 만들어 즐겁고 신나는 축구 보여드릴것”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신태용 신임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45·사진)은 “올림픽팀은 단 1%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서 팀을 맡았다.

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신 감독은 “이광종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님이 빨리 쾌차하길 빈다”며 입을 열었다. “20년 가까이 유소년을 키워낸 전문가인데…. 나보다 더 전문가인 분이 끝까지 맡아서 결실을 맺어야 하는데…. 후배로서 가슴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프로 지도자를 마다하고 2000년부터 유소년 전임 지도자로 활약한 이 전 감독은 최근 급성 백혈병이란 진단을 받았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을 코치로 보좌하던 신 감독은 지난달 31일 호주 아시안컵 결승에서 호주에 아깝게 져 준우승한 직후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의 부름을 받았다. “‘태용아. 지금 이광종 감독 몸이 좋지 않다. 네가 올림픽팀을 맡아야 할 것 같다. 고민 좀 해봐라’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어떤 판단을 해야 할지 몰랐다”는 게 신 감독의 설명.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광종이 형이 아픈데 올림픽팀은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진출을 해야 하고…. 얼마나 급했으면 날 불렀겠는가.’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결심했다. 신 감독은 “무거운 짐이지만 광종이 형을 위해, 한국 축구를 위해 내가 나서야 할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3월 올림픽 지역 예선이 시작되는데 현실적으로 대안이 신 감독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의 각오는 남달랐다.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했다. 프로축구 성남 일화(현 성남 FC) 감독 시절 ‘신공(신나게 공격해) 축구’를 표방하고 ‘레슬링복 입기’ 등 색다른 승리 세리머니를 했던 때와는 달랐다.

신 감독은 “즐겁고 신나는 축구로 이겨서 광종이 형과 팬들을 기쁘게 하겠다. 무실점으로 2, 3골을 넣을 수 있는 팀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늪 축구’라고 불리는 슈틸리케 감독의 수비축구를 계승하면서도 ‘공격축구’를 접목하겠다는 뜻이다. 신 감독은 2010년 성남 일화를 이끌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는 등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였다.

신 감독은 3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예선전에 출전한다. 이 대회를 통과하면 내년 1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카타르 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 나간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신태용 감독#올림픽축구대표#이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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