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 전날, 난치병 환자 돕는 모습 보여주고…
결승 앞두곤 호주 동포들 소망 들려주고…
어려움 많았지만 더 똘똘 뭉치게 감성 자극 아이디어로 값진 결과
대회 베스트 11 손흥민 등 4명 뽑혀… AFC 선방 장면 13개 중 김진현 4개
결승전 라커룸의 이청용-구자철 유니폼 한국축구대표팀은 지난달 31일 2015 아시안컵 축구대회 결승전을 앞두고 이청용(17번)과 구자철(13번)의 유니폼을 라커룸에 자리 잡은 태극기 양쪽에 걸었다.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서 중도 이탈한 두 선수가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축구국가대표팀 페이스북
#1. 이라크와의 아시안컵 준결승을 하루 앞둔 지난달 25일.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사진)은 선수들에게 동영상을 하나 보여줬다. 소아암 환자를 포함한 난치병 환자들이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과 그들을 돕는 축구선수들의 봉사활동을 담은 영상이었다. 영상에 슈틸리케 감독의 말이 더해졌다.
“여러분, 이분들은 축구를 통해 희망을 찾습니다. 여러분이 흘린 땀방울이 이들을 기쁘게 하고 희망도 전해줄 겁니다.”
#2.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전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슈틸리케 감독은 또 다른 영상을 선수들에게 보여줬다. 호주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한국 이민자들의 인터뷰 영상이었다. 살아 온 이야기, 고국에 대한 향수, 호주에서 출전하고 있는 축구대표팀에 바라는 것 등이 담겨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저분들이 내일 스탠드에서 여러분을 지켜볼 겁니다. 여러분이 뭘 해야 할지 알겠죠”라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이 같은 ‘감수성 자극’ 프로젝트는 태극전사들의 투혼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몫을 했다. 연장전까지 이어진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으로 체력이 떨어진 선수들을 자극할 방법을 찾던 슈틸리케 감독은 영상을 통한 투혼 자극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첫 번째 영상은 슈틸리케 감독의 아이디어였고, 두 번째 영상은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를 상대로 공모를 통해 짜낸 아이디어였다.
장비담당과 물리치료 등 지원스태프도 힘을 보탰다. 결승전 당일 한국팀 라커룸에 부상으로 조기 귀국한 구자철과 이청용의 유니폼을 대형 태극기와 함께 걸어 놓은 것. 이들이 태극전사와 함께하고 있으니 힘을 내라는 의미였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를 흔쾌히 허락했다.
신태용 대표팀 코치는 “주장 기성용을 비롯한 선수 모두가 승리라는 두 글자를 위해 뛰었다. 중간에 이청용과 구자철이 전력에서 이탈해 힘든 순간이 왔지만 오히려 이 어려움이 선수들을 뭉치게 했고 국민들을 감동시키는 투혼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일 아시안컵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손흥민, 기성용, 곽태휘, 차두리를 호주 아시안컵 베스트11로 선정했다. ‘아시안컵 2015 드림팀’으로 명명된 이번 베스트11에는 한국과 호주 선수가 4명씩 선정된 반면 지난 대회 우승팀 일본은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또 AFC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8강에 오른 팀의 골키퍼들이 선방하는 13개의 장면을 올렸는데 이 중 4개가 이번 대회를 통해 스타로 떠오른 김진현의 선방 모습이었다. 김진현은 “경기 때는 차두리 형에게 ‘두리야 나가, 들어가’라고 반말을 했다”며 “두리 형이 팀의 분위기 메이커였는데, 최고참이 그렇게 팀을 많이 생각하며 하나로 만들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후배들은 오로지 팀만 생각해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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