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 “15번홀 보기 이후 정신 번쩍”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2월 2일 06시 40분


최나연. 사진제공|KLPGA
최나연. 사진제공|KLPGA
■ 최나연 우승, 반전의 15·17번홀

15번홀 3퍼트로 보기…2위로 밀려나
17번홀 나뭇잎 지역 무벌타 드롭 통과
리디아 고는 불운의 연속…더블 보기
“우승 퍼트 뒤에 울컥할 정도로 벅찼다”

최나연(28·SK텔레콤)이 2년 2개월의 우승 침묵에서 깨어났다. 2015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막전 코츠챔피언십(총상금 150만달러)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승은 결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최나연은 단독선두 장하나(14언더파)와 리디아 고(13언더파)에 이어 3위(12언더파)로 1일(한국시간) 최종 4라운드를 시작했다. 최나연은 12번홀(파4)에서 이날 5번째 버디를 낚아 16언더파를 만들며 리디아 고와 함께 공동선두를 이뤘다. 상승세는 계속됐다. 최나연은 14번홀(파4)에서 다시 버디를 추가해 단독선두로 나섰다. 그러나 이후 4개 홀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펼쳐졌다.

15번홀(파3)에서 최나연에게 불운이 찾아왔다. 티샷을 홀 2m 남짓 거리에 갖다놓고도 3퍼트로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리디아 고는 약 1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최나연이 2위로 밀려났고, 리디아 고가 1타차 단독선두가 됐다.

최나연은 흔들렸다. 그러나 무너지진 않았다. 16번홀(파4) 파 세이브는 추격의 발판이었다. 티샷이 왼쪽으로 감기면서 깊은 러프에 떨어졌다. 다시 보기를 하면 2위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파를 지켜냈다. 말 그대로 ‘슈퍼 세이브’였다.

17번홀(파4)에서 다시 분위기가 바뀌었다. 둘 다 티샷이 좋지 않았다. 리디아 고가 친 공은 페어웨이 오른쪽 벙커에 빠졌고, 최나연의 티샷은 왼쪽 카트 도로 옆 나뭇잎이 무성한 지역에 떨어졌다.

경험이 많은 최나연의 위기관리능력이 돋보였다. 최나연은 무벌타 드롭 후 2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 옆에 갖다놓았다. 반면 리디아 고는 위기가 계속됐다. 벙커에서 친 2번째 샷이 그린 앞쪽 나무에 맞고 아래로 떨어졌다. 곧바로 그린을 공략할 수 없는 상황이라 3번째 샷으로 공을 페어웨이 쪽으로 꺼내놓았다. 이어 4번째 친 공은 그린에 올라갔다가 밖으로 흘러 내려왔다. 계속된 불운이었다. 결국 리디아 고는 5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라왔고, 더블보기 퍼트로 홀 아웃했다.

최나연은 3번째 샷으로 홀 1m에 붙인 뒤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2타를 잃은 리디아 고는 2위로 내려앉았고, 최나연은 다시 단독선두가 됐다. 18번홀(파5)이 남아있었지만, 둘 모두 파를 기록하면서 최나연의 우승이 확정됐다.

최나연은 벅찬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그녀는 “15번홀에서 보기를 하고 난 뒤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지난 2년간 우승이 없었던 터라 많이 긴장했지만, 경기 내내 처음 우승했던 순간(2009년 삼성월드챔피언십)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스렸다”며 “우승 퍼트를 하고 난 뒤 울컥할 정도로 벅찼다. 올 시즌 3승을 하고 싶었는데, 개막전에서 우승해 좋은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최나연은 이번 우승으로 상금 22만5000달러를 추가해 LPGA 통산 974만7995달러를 기록했다. 25만2005달러만 더 벌면 ‘1000만달러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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