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78kg급 국가대표 김은경은 22일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도복 끈을 묶을 수가 없었다. 대표팀 서정복 감독이 대신 매어 주었다.
김은경은 “오른팔이 도저히 말을 듣지 않았다”고 했다. 왜였을까? 그녀의 오른 어깨는 이날 두 차례나 탈구가 됐고, 그 여파로 팔까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런 몸으로 김은경은 동메달을 따냈다.
여자유도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김은경은 4강전에서 순간의 방심으로 일본의 이나모리 나미에게 한판패를 당했다. 넘어지면서 어깨뼈가 빠졌다. 목포여중 3학년 때 유도를 시작한 이래 어깨를 다치긴 처음이었다. 무서웠고, 아팠다.
응급치료를 받고, 뼈를 끼워 맞추긴 했는데 통증이 찾아왔다. 선수의 몸을 걱정한 서 감독은 ‘포기하자’고 권했다. 그러나 김은경이 “하겠다”고 우겼다. 김은경은 “나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그래도 끝까지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진통주사까지 맞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의 나지르 사르바쇼바와 대결했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할 순 없는데 경기 도중 또 어깨뼈가 빠져버렸다. 김은경은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모르겠다. 상대 선수도 지쳐 있는 모습을 보니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종료 7초를 남기고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필사의 힘을 모은 다리기술로 상대를 쓰러뜨렸고, 누르기 기술을 넣었다. 김은경의 동메달로 여자유도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전 체급 선수가 입상(금3 은1 동3)을 하는 기적을 일궜다.
김은경은 23일 “자고 일어나니 더 아프다”고 말했다. 병원은 단체전(23일)이 끝난 뒤 가기로 했다. 동메달 1개로 끝난 김은경의 아시안게임은 결과로만 말하자면 실망스러울 법하다. 그러나 김은경의 동메달은 금메달 이상의 소중한 가치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