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신공’ 대표팀에 스며드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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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맡은 신태용 코치
“오랜만에 현장 복귀라 설레…겉핥기식 코치 되지 않을 것
새 외국인 감독 오면 가교役 충실”

“(신)태용이 형. 여기요 여기.”

18일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로 선임된 신태용 전 성남 감독(44·사진)이 2008년 12월부터 4년간 성남을 맡고 있던 시절, 훈련장에서 가장 인상 깊게 또 자주 들었던 말이다. 신 전 감독이 훈련을 지도하다 미니게임에 끼기라도 하면 고참 선수는 물론이고 입단 2∼3년차 어린 선수들도 패스를 해달라며 거리낌 없이 신 전 감독을 ‘형’이라고 불렀다. 신 전 감독과 선수들은 그 상황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신 전 감독은 국내 축구 지도자 중 ‘형님 리더십’의 대명사로 꼽힌다. 평소 “선수들이 형이라고 불러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본인 스스로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맏형으로서의 친근함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스타일을 지켜왔다. “네, 아니요”라는 단답형 대답을 요구하는 명령과 복종의 수직적 소통 대신 “왜?”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주고받기를 원했다.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하기를 원하는 수평적 소통을 추구해 왔다.

신 전 감독은 ‘자율’의 신봉자다. 지도자와 선수 사이가 수평적인 분위기를 유지할 때 최대한의 능력이 나온다고 믿는다. 감독 시절 긴장감을 조성하는 팀 미팅은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선수들과의 스킨십을 통해 고민과 슬럼프를 풀어주는 것을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분명한 역할 부여를 추구했던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의 ‘형님 리더십’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그렇지만 방임을 용납하지 않는 것은 홍 감독과 같다. 성실하지 않은 선수는 절대 기용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성남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홍철은 “자율 속의 규칙”이라고 표현했다. 신 전 감독은 “오랜만의 현장 복귀라 설레는 마음”이라며 “겉핥기식 코치는 되지 않겠다. 새 감독이 오시면 뭘 추구하는지 잘 깨친 뒤 어린 선수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가교 역할을 잘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 코치로 선임된 신 전 감독은 대표팀 감독 선임이 늦어질 경우 사실상 9월 5일 베네수엘라와 8일 우루과이와의 A매치를 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코치는 추후 외국인 축구대표팀 감독이 정해지면 한국인 코치로 추천된다.

‘영원한 리베로’ 홍 전 감독이 국가대표의 전설이었다면 ‘그라운드 여우’ 신 전 감독은 K리그의 전설이다. K리그 13년간 401경기에서 99골과 68도움을 기록했다. 국가대표로서는 저평가를 받았지만 유일하게 K리그에서 3연패를 두 번이나 경험했고, 감독으로도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또 다른 한국 축구 전설의 신태용표 ‘형님 리더십’이 국가대표에 스며들기 직전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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