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쉬라 해도 계속 공 띄우는 진천의 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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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기 우승 도전 남자배구… 선수촌서 더위 잊고 구슬땀 훈련
“이란 무섭고 中도 만만치 않지만 실전경험 쌓으면 충분히 해볼만”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의 박기원 감독(오른쪽)과 임도헌 코치가 지난달 30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마친 뒤 포즈를 취했다. 박 감독이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에게 부탁해 합류한 임 코치는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된 건 2002년 이후 12년 만이다.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진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의 박기원 감독(오른쪽)과 임도헌 코치가 지난달 30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마친 뒤 포즈를 취했다. 박 감독이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에게 부탁해 합류한 임 코치는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된 건 2002년 이후 12년 만이다.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진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박철우! 더 세게 못 때려? 네가 못하면 우리 지는 거야!”

“(전)광인아! 그럴 땐 힘을 빼야지. 쓸 수 있는 파워는 정해져 있다고.”

지난달 30일 충북 진천선수촌 다목적체육관.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박기원 감독의 주문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섭씨 35도까지 올라간 바깥과 달리 체육관 안은 냉방이 잘 됐지만 선수들은 비 오듯 땀을 흘렸다.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이 50일도 남지 않았다.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 대회에서 잇달아 우승했던 한국은 2010년 광저우에서 일본 이란에 이어 3위에 그쳤다. 12년 만에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라 많은 국민이 우승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박 감독은 “원하는 선수를 다 뽑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참는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고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이란은 확실히 우리보다 낫다. 중국을 이긴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까지 배구 변방이었던 이란은 박 감독이 2002년 대표팀을 맡은 뒤 급성장했다. 그해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준우승의 이변을 연출한 이란은 올해 월드리그에서 아시아 최초로 4위에 올랐다. 박 감독은 “내가 맡았을 때만 해도 이란 대표팀에는 전력분석 요원은 물론이고 트레이너조차 없었다. 웨이트트레이닝 시설도 나폴레옹 시대에 쓰던 것 같았다. 이란 협회에 ‘월드리그와 올림픽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대표팀 운영 방침을 제시했는데 놀랍게도 모두 받아들여졌다. 호랑이를 키운 셈”이라고 말했다.

일부 구단의 이기주의로 원하는 선수를 보강하지 못했지만 대표팀은 최근 든든한 조력자를 만났다. 삼성화재 임도헌 수석코치가 합류한 것. 박 감독과 대한배구협회의 간곡한 요청을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받아들였다. 박 감독은 “프로 최강 팀의 훈련 방식을 접목시키고 싶었다. 듣던 대로 임 코치는 1분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더라. 정말 지독하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아시아경기대회 개막까지 살인적인 일정을 남겨두고 있다. 이달 중순 카자흐스탄 아시아배구연맹컵, 이달 말부터는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해야 한다. 두 국제대회에는 성적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시아경기대회를 대비해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출전한다. 그만큼 모든 포커스는 8년 만의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에 맞춰져 있다.

3시간에 걸친 고된 오후 훈련이 끝난 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오늘 야간훈련은 없으니 편히 쉬어라”고 통보했다. 잠시 후 주장 한선수가 코트를 떠나려는 박 감독에게 다가갔다.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물으니 박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선수들이 야간훈련을 자청하니 허락해 달라네. 나야 좋지.”

진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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