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거 野]물로 봐선 안 될 ‘물방망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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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멕시코에서 태어난 야구 선수가 있었다. 메이저리그(피츠버그, 시애틀, 텍사스)에서 1974년부터 1982년까지 활약했다. 내야수로서의 수비 실력은 괜찮았지만 방망이는 영 시원치 않았다. 백업 수비 요원으로 나서다 1979년 시애틀로 옮겨 142경기(전체 162경기)에 출전하며 주전 선수가 됐지만 타율은 0.198에 그쳤다. 통산 타율 0.215를 기록한 그의 이름은 마리오 멘도사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가 유명해진 것은 그보다 세 살 어리지만 1년 먼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유명 선수 조지 브렛의 인터뷰 때문이었다. 브렛은 캔자스시티에서만 21시즌을 뛰며 리그 수위 타자 3차례에 통산 타율 0.305, 3154안타(역대 16위), 317홈런을 기록한 대스타였다. 어느 해 초반 슬럼프를 겪고 있던 그가 인터뷰에서 “내 이름이 신문 스포츠면 타격 순위에서 멘도사 아래에 있는 걸 보니 확실히 출발이 좋지 않다”고 한 게 화제가 됐다. 슬럼프에서 벗어난 브렛은 “요즘도 멘도사 아래 어떤 타자가 있는지 확인한다”며 멘도사를 ‘두 번 죽이는’ 발언을 했다.

▷이후 ‘멘도사 라인’은 ‘물 방망이’를 일컫는 대명사가 됐다. 쓰임새는 여러 가지다. 타율이 1할대에서 2할대로 진입하면 ‘멘도사 라인을 넘었다’고 한다. 그의 통산 타율 0.215처럼 2할대에서 맴돌 경우 ‘멘도사 라인에 걸쳐 있다’고 한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최하위를 지칭할 때도 이 말을 쓴다. 타격만 보면 굴욕적인 표현이지만 규정 타석을 채워야만 타격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멘도사 라인은 주전급이라야 붙일 수 있는 수식어다. 비록 멘도사는 규정 타석을 채운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최근 5년 규정 타석을 채운 국내 선수 가운데 타율이 가장 낮은 선수는 2009년 KIA 김상훈(0.230), 2010년 한화 이대수(0.232), 2011년 롯데 조성환(0.243), 2012년 두산 이종욱(0.240), 2013년 NC 권희동(0.203)이다. 21세기 들어 가장 타율이 낮았던 권희동은 지난해 전체 128경기 중 121경기에 출전했다. NC 김경문 감독은 권희동이 1할대 타율에 머물 때도 “타율은 낮지만 ‘좋은 타점’과 수비로 팀에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2014년의 멘도사 라인은 롯데 포수 강민호다. 29일 현재 타율 0.217로 규정 타석을 채운 56명 가운데 단연 꼴찌다. 55위 SK 조동화(0.247)와의 격차가 3푼이나 된다. 포수로서 강민호의 능력은 뛰어나다. 48차례의 상대 도루 시도 중 17차례를 막아 도루 저지율(0.354) 1위다. 넥센 포수 허도환(0.171)의 2배가 넘는다. 28일 발표된 인천 아시아경기 최종 엔트리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한국 최고의 포수로 인정받는데 그깟 타율 좀 낮은 게 뭐 그리 큰 흠일까. 다만 연봉 10억 원이 조금 아까울 뿐. 참, 지난해 권희동(올해 연봉 5100만 원)과 멘도사 라인을 다퉜던 선수도 강민호(0.235)였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멘도사#강민호#권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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