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한신서 첫 승… 자신감도 찾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요코하마전 9회 동점서 등판… 1이닝 1안타 무실점 틀어막아

천하의 선동열 KIA 감독도 일본 프로야구 진출 첫해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96년 주니치에 입단한 선 감독은 그해 5승 1패, 3세이브에 평균자책점 5.50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0점대 평균자책점을 밥 먹듯 하던 선 감독답지 않았다. 시즌 중 2군으로 떨어졌고 자신감도 바닥까지 추락했다.

이듬해 선 감독이 ‘주니치의 수호신’으로 부활할 수 있었던 데는 뜻밖의 계기가 있었다. 선 감독은 요코하마와의 개막전에서 1점 앞선 9회 2사 3루에서 등판했다. 그의 2구째는 포수 미트를 맞고 뒤로 빠졌다. 폭투였다. 그런데 운이 좋았다. 포수가 재빨리 공을 잡아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선 감독에게 토스했고, 3루 주자를 홈에서 잡아내며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선 감독은 “아, 올해는 되겠구나 싶었다.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찾았다”고 했다. 그해 선 감독은 38세이브를 따내며 세이브 공동 1위에 올랐다.

올해 한신의 ‘끝판대장’으로 변신한 오승환(32·사진)에게도 첫 승이 이 같은 전기가 되지 않을까.

개막 후 줄곧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오승환이 일본 진출 후 가장 좋은 구위를 선보이며 첫 승을 신고했다. 오승환은 10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요코하마전에서 5-5 동점이던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선두 타자 아롬 발리디스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타자 긴조 다쓰히코에게 포크볼을 던지는 등 변화구 비중도 높였다. 한신은 9회말 공격에서 끝내기 안타를 쳐 6-5로 승리하며 오승환에게 첫 승을 안겼다. 1승 2세이브가 된 오승환은 평균자책점도 5.40으로 낮췄다.

오승환은 하루 전 요코하마전에서 4-1로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 동안 3안타를 맞고 2점을 내주며 간신히 세이브를 챙겼다. 하지만 이날은 11개의 공으로 상대 타자들을 제압했다.

선 감독의 첫해와 비교하면 출발이 나쁘지 않다. 선 감독은 개막전부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며칠 뒤 요미우리전에서는 3점 앞선 상황에서 홈런 2방을 맞고 무너졌다. 이에 비해 오승환은 힘겹지만 팀 승리를 지켜내고 있다. 이날 호투로 자신감도 크게 회복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