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변신 ‘탱크’ 이번엔 퍼트 그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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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12년 개근 최경주

빙상의 전설 이규혁(36)은 한 번 나가기도 힘든 올림픽에 6번이나 출전했지만 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7일 은퇴식을 가진 이규혁이 펴낸 자서전의 제목이 ‘나는 아직도 금메달을 꿈꾼다’인 걸 보면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여전히 커 보인다.

‘코리안 탱크’ 최경주(44)는 10일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 골프대회인 마스터스에 12년 연속 출전한다. 명인 열전에 개근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2004년 3위, 2010년 공동 4위, 2011년 공동 8위에 오르며 세 번의 우승 기회를 놓친 소회가 남다르다. 최경주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하나님은 내가 (마스터스 우승을) 감당 못할 거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제는 감당할 시기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실패 경험을 토대로 우승을 만들어내고 싶다. 올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네 번째 기회가 온다면 놓치고 싶지 않다는 다짐이었다.

책 제목이 아니라 현실에서 그린재킷을 꿈꾸고 있는 최경주의 장수 비결은 쉼 없는 변화다. 새로운 클럽 사용을 주저하지 않으며 체중 감량을 하기도 했다. 이번 결전을 앞두고는 3주 전 퍼터 그립을 바꿨다. “톱질을 떠올리게 하는 소(saw) 그립(사진)으로 변화를 줬더니 페이스가 일정해 공을 똑바로 보낼 수 있다. 라운드마다 2타를 줄이는 느낌이다.” 퍼터를 잡은 손 모양이 톱질하는 자세처럼 보이는데 오른손 엄지를 그립에 대고 나머지 손가락을 약간 펴서 잡는다는 게 그의 설명.

최경주는 동반 출전한 후배 배상문, 이창우에게 자신만의 코스 노하우를 전수하며 맏형다운 자상한 모습도 보였다. “확실하게 (그린에) 올리지 못할 거면 잘라 가야 한다. 끝까지 즐기면서 집중해라.”

최경주는 만약 마스터스에서 우승해 대회 전통에 따라 동료 선수들에게 베푸는 챔피언스 디너를 열게 되면 구수한 청국장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부푼 희망을 간직한 최경주는 10일 오후 10시 57분 2007년 우승자 잭 존슨, 스티브 스트리커(이상 미국)와 1라운드를 시작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최경주#마스터스#퍼터 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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