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왕언니들, 6년 참아온 환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여자 레오’ 베띠 55점 괴력 MVP
34세 세터 정지윤-이숙자 힘보태
2연패 야망 막내 기업은행 꺾어
실업 호남정유 시절 명가 재건 알려

4세트 첫 듀스 이후 GS칼텍스의 세트는 어김없이 베띠를 향했다. 3세트에서 공격 성공률이 25%까지 떨어지며 지친 기색을 보였던 베띠지만 눈앞에 다가온 우승컵을 향해 다시 힘을 냈다. 26-26에서 베띠는 3차례 공격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55점째 강력한 후위 공격을 성공시키는 순간 GS칼텍스 선수들은 모두 코트로 뛰어나와 얼싸안았다.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가 ‘여자 레오’ 베띠의 맹활약을 앞세워 ‘명가 부활’을 알렸다. GS칼텍스는 4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최종 5차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기업은행을 세트 스코어 3-1(27-25, 25-21, 22-25, 29-27)로 꺾었다. 4차전에서 남녀부 통틀어 챔피언결정전 최다 득점(54점)을 기록했던 베띠는 이틀 만에 자신의 기록을 깼다. 베띠는 기자단 투표에서 28표 중 25표를 얻어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GS칼텍스는 실업 시절 ‘호남정유’라는 이름으로 슈퍼리그 9연패 및 92연승을 달성했다. 실업 시절의 남자부 삼성화재(77연승)를 넘어서는 최고의 ‘배구 명가’였다. 하지만 2005년 프로 출범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던 삼성화재와 달리 GS칼텍스는 정상을 지키지 못했다. 우승은 2007∼2008시즌이 유일했고 2010∼2011시즌부터는 2년 연속 최하위의 수모를 당했다.

추락했던 GS칼텍스는 2012년 8월 코보컵 대회에서 우승하며 재기를 알렸다. 이어진 정규리그에서는 직전 시즌보다 4계단이나 껑충 뛴 2위를 차지했다. GS칼텍스는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을 2연승으로 가볍게 제쳤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정규리그 1위 기업은행의 벽을 넘지 못하고 1승 3패로 주저앉았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해 보였다. GS칼텍스는 2년 연속 정규리그 2위에 머물렀고 1위 기업은행과의 상대 전적에서는 1승 5패로 크게 열세였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챔피언결정전에서 기업은행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베테랑이 많은 GS칼텍스는 노련했다. 1차전 승리 뒤 2, 3차전을 잇달아 내줬지만 4차전에서 풀 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최종 5차전에서 34세 동갑내기 세터 정지윤-이숙자가 번갈아 가며 베띠의 공격을 살려 준 덕분에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이숙자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은퇴하려 했는데 이선구 감독님의 권유로 한 시즌을 더 했다. 이 팀에 온 뒤 첫 시즌에 우승했는데 다시 한 번 정상에 올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베띠는 “3번째 챔피언결정전 도전 끝에 처음으로 우승해 정말 기쁘다. 4차전 때만 해도 많이 피곤했는데 지금은 힘든 줄 모르겠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화성=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프로배구#GS칼텍스#베띠#정지윤#이숙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