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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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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 컵스서 방출… 삼성행 확실
이적료 걸림돌 없고 본인도 “가겠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 제공
지난해 말 삼성의 뒷문을 책임지던 ‘끝판대장’ 오승환(32)이 일본 한신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에 다른 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만 기쁨이 오래가진 못할 것 같다. 오승환이 떠난 자리에 ‘창용불패’ 임창용(38·사진)이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초청선수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캠프에 참가했던 임창용은 23일 마이너리그로 떨어졌고 25일 방출 통보를 받았다. 자유로운 몸이 된 임창용은 원 소속 구단인 삼성으로 복귀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임창용 측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과 계약할 가능성을 99%로 보면 된다”고 했다. 임창용이 삼성으로 돌아오게 되면 2007년 이후 7년 만의 복귀다.

양 측의 이해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지난해와 올해 힘겨운 마이너리그 생활을 경험한 임창용은 더 나은 야구 환경을 원했다. 미국 내 다른 팀과 계약할 수도 있지만 메이저리그에 올라간다는 보장이 없다. 3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도 감안해야 했다. 2008년부터 5년간 뛰었던 일본 프로야구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개막을 앞둔 일본 팀들 역시 선수단 구성을 이미 끝내 놓은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임창용이 친한 후배들과 편안하게 야구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비해 오승환의 공백을 절감하고 있던 삼성은 임창용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임창용은 아직도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진다. 이 관계자는 “구위와 경험을 고려할 때 임창용만 한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찾기 힘들다. 삼성이 무조건 ‘다걸기(올인)’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시리즈 4연패에 도전하는 류중일 감독도 24일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임창용이 돌아온다면 천군만마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임창용은 2008년 일본 야쿠르트에 진출할 때 임의탈퇴 신분이었기 때문에 한국 프로야구에 복귀하려면 무조건 삼성 선수로 돌아와야 한다.

겉보기에는 임창용이 컵스에 방출을 요구해 이를 관철시켰고, 이후 삼성이 임창용 영입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렇지만 임창용을 절실히 필요로 했던 삼성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는 게 미국 현지의 분위기다.

MLB.com에서 컵스를 담당하는 캐리 머스캣 기자는 이날 “컵스가 임창용의 계약 건을 현금 조건으로 삼성에 팔았다(The Cubs sold the contract of Chang-Yong Lim to the Samsung team for cash considerations)”라고 밝혔다. 조건 없는 방출이 아니라 삼성이 이미 임창용에 대한 이적료를 지불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송삼봉 단장은 “컵스가 임창용을 방출하면서 ‘미국 타 구단에 입단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내세우자 임창용이 ‘삼성으로 가겠다’고 답한 게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즌이 임박한 만큼 삼성과 임창용은 조만간 협상 테이블을 차리고 계약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송 단장은 “당연히 최대한 빨리 영입을 마무리 짓고 싶다. 임창용이 한국에 돌아오면 얼굴을 마주하고 연봉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승환의 이적과 톱타자 배영섭의 군 입대 등으로 전력이 약화된 것으로 평가받았던 삼성은 시즌을 앞두고 특급 마무리 투수인 임창용을 데려오면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사상 최초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의 꿈도 더 가까워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오승환#임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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