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깨운 이색 참가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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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서울국제마라톤 & 제85회 동아마라톤]

“이처럼 건강하고 즐거운 이벤트는 처음”

10km 완주 인도인 사키티씨

“한국처럼 이렇게 건강하고 즐거운 이벤트가 있는 나라는 처음이에요.”

인도인 사키티 씨(32·사진)는 3년 전부터 한국 건설사의 엔지니어로 일하며 경기 고양시에서 살고 있다. 사키티 씨는 그보다 3년 전 한국에 와서 살며 마라톤에 참여했던 인도 출신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서울국제마라톤 10km 코스에 참가했다.

“인도에서 온 동료 6명 중 4명은 풀코스, 2명은 10km를 함께 뛰었어요. 인도에 있는 가족들도 꼭 완주하라고 응원해 줬죠.” 사키티 씨는 1시간20분 만에 결승선을 넘었다. 결승선을 넘자마자 잔디밭에 벌렁 누운 그는 “5km부터 위기가 왔고, 9km부턴 걸어왔다”며 숨을 골랐다. 팔베개를 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 있던 그는 앞으로 또 도전할 거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하겠다”고 답했다.
○ “한걸음씩 뛸 때마다 ‘사랑의 모금’ 뿌듯”

환갑상 차릴 돈까지 기부 조남수씨

“처음엔 환갑을 남과 달리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점차 여생을 기부로 인한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으로 바뀌었어요.”

조남수 씨(61·사진)는 1월 환갑을 맞아 가족들이 모아 준 500만 원의 사용을 놓고 고민하다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기왕 기부하는 것, 지인들에게 기금을 모아 돈을 불리는 게 낫겠다 싶었죠.” 지인들에게 ‘42.195km를 달릴 테니 사랑을 나눠달라. 가치 있는 1만 원을 보내달라’는 내용의 글을 돌렸다. ‘사랑의 모금’이란 이름으로 지난달 8일 개설한 통장엔 14일까지 826만 원이 모였다.

3시간53분 만에 완주한 조 씨는 “35km 지점에서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는데 후원해 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모인 기부금에 자신의 돈 826만 원을 보태 서울 서초구의 한 수녀회와 경기 성남시의 한 아동센터에 기부하기로 했다.
○ “韓日청년 함께 달리며 갈등 풀고 싶어”

풀코스 완주 日여대생 모리카와씨

지난해 말 일본에서 열린 고려대와 와세다대 중심의 ‘한일성신(誠信) 학생통신사’ 활동에 참가했던 일본 간다외국어대 스페인어학과 3학년 모리카와 리에 씨(21·사진)는 두 나라 젊은 세대 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며 풀코스에 도전해 눈길을 끌었다.

풀코스는 처음이라 너무 힘들어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끝에 5시간57분의 기록으로 완주의 꿈을 이뤘다.

고교 시절부터 한국말과 태권도를 배울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큰 그는 “한국에서의 마라톤 완주로 한국과 더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며 “졸업 후에는 국제기구 등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 “완주는 건강진단… 100살 돼도 자신있어요”


86세 최고령 참가자 김종주씨


“100살까지 마라톤 뛰고, 그 뒤엔 20년 동안 세계 여행하고, 120살 생일에 100m 힘차게 달린 뒤 마라톤 인생을 마무리하는 게 꿈입니다.”

서울국제마라톤 최고령자인 김종주 씨(86·사진). 1997년 동아마라톤에서 처음으로 정식 풀코스(42.195km)를 완주한 뒤 해마다 마라톤에 참가하고 있다. ‘팔순 마라토너의 끝없는 도전’이란 책도 냈다. 김 씨는 “풀코스를 뛰는 날은 종합 건강진단의 날”이라고 설명했다. 7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게 목표였던 김 씨의 기록은 5시간33분. 자신의 기록을 확인한 뒤 김 씨는 “성과를 내서 기분이 좋다”면서 “지인들에게 한턱 쏘느라 술값 많이 나가게 생겼다”며 큰 소리로 웃었다. 그는 “앞으로 계속해서 달리며 건강을 유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2014 서울국제마라톤#제85회 동아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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