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육상 여왕, 겨울여왕으로의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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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패럴림픽 참가 美 맥패든


낳아준 엄마는 가난했다. 척수 장애를 안고 태어난 딸에게 휠체어를 사 줄 수 없었다. 1989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딸은 손으로만 걸어 다녀야 했다. 결국 엄마는 딸을 보육원에 보냈다. 집을 떠난 아이는 여섯 살에 새로운 엄마를 만났다. 복지업무 관계자로 러시아에 왔던 데버러 맥패든이 아이를 입양해 미국으로 데려갔다. 아이는 싱글맘이었던 엄마의 성을 이름에 붙였다. 휠체어에 앉을 수 있게 된 아이는 여덟 살부터 여러 스포츠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육상에 타고난 재능을 보였다.

타티아나 맥패든(25)은 ‘휠체어육상의 여제’다. 2004년 아테네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휠체어육상(T54등급) 100m 2위, 200m 3위, 400m 5위를 했던 맥패든은 4년 뒤 베이징에서는 200m, 400m, 800m에서 은메달을 땄다. 2012년 런던에서는 금메달 3개(400m, 800m, 1500m)를 목에 걸었다. 계주를 포함해 3차례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따냈다. 지난해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100m부터 5000m까지 트랙에서 열린 6개 전 종목에서 우승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통틀어 세계선수권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08년까지 단거리 선수였던 맥패든은 2009년부터 시카고 마라톤 휠체어 부문에 참가하면서 단거리와 장거리를 모두 뛰는 육상 선수로 거듭났다. 지난해에는 보스턴, 시카고, 런던, 뉴욕 마라톤 등 4개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역시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통틀어 그가 처음이었다.

트랙과 도로를 평정한 맥패든은 2014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로 소치 겨울패럴림픽에 참가한 것이다. 그는 9일 열린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12km에서 40분38초2로 17명 가운데 5위를 기록했다. 첫 번째 경험치고는 괜찮은 성적이었다. 패럴림픽 출전을 위해 고국에 온 맥패든은 이날 레이스를 마친 뒤 입양 이후 처음으로 생모를 만났다. 지금의 엄마가 보육원을 통해 만남을 주선했다. 맥패든은 “바라던 일이었지만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고 기뻐했다. 생모인 니나 폴레피코바 씨도 “기적이 일어났다”며 딸을 얼싸안았다. 기적 같은 만남에 힘을 얻은 걸까. 맥패든은 12일 열린 좌식 1km에서 2분45초7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맥패든은 5km와 4×2.5km 혼성 계주를 남겨 놓고 있다.

한편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인 미국의 아우구스토 호세 페레스(42)는 11일 바이애슬론 12.5km를 완주하는 투혼을 보여줬다. 가족에게 ‘패럴림픽 출전’을 선물로 주고 싶었다는 페레스는 19명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곧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소치=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소치 패럴림픽#타티아나 맥패든#휠체어 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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