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우승 통천 새벽에 설치하라” 아쉬운 동업자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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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3월 11일 07시 00분


삼성화재가 9일 열린 V리그 5라운드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3시즌 연속이자 통산 6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안|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삼성화재가 9일 열린 V리그 5라운드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3시즌 연속이자 통산 6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안|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원정팀 축포·음악 시설 등 협조 아쉬워
챔프전 KOVO가 주관하는 것도 한 방법

대한항공·우리카드 승점 5차 준PO 전쟁
도로공사, 3-0·3-1로 전승 땐 극적 3위

뜨거웠던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1위 전쟁도 막을 내렸다. 16일 리그 종료를 앞두고 남은 건 플레이오프(PO) 티켓이다. 3위 대한항공과 4위 우리카드가 똑같이 14승14패를 했다. 승점 5차다. 남은 2경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승점 3 이내면 준PO가 열린다. 여자부는 3위 인삼공사가 1경기를 남겨놓고 승점 9차다. 도로공사는 남은 3경기에서 모두 3-0 또는 3-1로 이겨야 한다. 13일 양 팀의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 9일 운명의 대결 앞두고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무엇을 했나

6일 현대캐피탈이 러시앤캐시를 3-1로 이기고 삼성화재와 승점 1차로 접근했다. 천안에서 운명의 맞대결이 확정됐다. 현대캐피탈은 대책회의를 했다. 안남수 단장과 김호철 감독, 코치, 트레이너, 전력분석관 등이 참석했다. ‘더 훈련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가능한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편하게 만들자’는 결론이 나왔다. 트레이너는 더욱 신경을 써서 선수들을 마사지하고 한 번이라도 더 산소텐트에 들어가도록 했다. 안 단장은 김 감독의 허락을 받아 주전선수 6명을 따로 불렀다. “그동안 쌓아온 선수의 자존심을 지켜달라”고 했다. 선수들 각자에 목표와 당근도 줬다. 문성민은 11득점, 아가메즈는 55% 공격성공률, 최민호, 윤봉우에게는 블로킹 3개만 해달라고 했다. “그 이상 욕심내지 말고 편하게 경기를 즐기라”고 했다. 보너스도 약속했다.

4일부터 준비에 들어간 삼성화재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정해진 스케줄대로 훈련했다. 부상당한 류윤식이 훈련에 참가했으나 통증을 이겨내지 못하자 스타팅에서 뺐다. “이왕 할 거면 열심히 하고 아니면 하지 말라”는 것이 신치용 감독의 생각이었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X팔리는 경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 져도 어쩔 수 없고 이기면 더 좋다”고 했다. 단 한 가지만 약속을 했다. “이기면 사흘을 쉬게 해 준다”고 했다.

● 역대 가장 뜨거웠던 1위 쟁탈전은 언제?

이번 남자부 정규리그 1위 결정전은 보기 드문 혈전이었다. 리그 종료 일주일을 남기고 우승팀이 나왔다. 이보다 더 뜨거웠던 때도 있었다. 2006∼2007시즌이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2007년 3월14일 오후 7시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각각 24승5패, 23승6패를 기록했다. 승리 1점, 패배 0점의 승점제 방식이었다.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삼성화재는 대한항공과 만났고, 현대캐피탈은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상무를 상대했다. 만일 삼성화재가 지고 현대캐피탈이 이기면 24승6패로 승점이 같게 된다. 이 경우 점수득실률(총득점÷총실점)로 순위를 정하는데, 현대캐피탈이 근소하게 앞섰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처음 벌어지는 상황에 난감했다. 시상식 때문이었다. 방법을 찾아냈다. 마침 현대캐피탈은 2005∼2006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천안에 그 우승트로피가 있었다. 부총재와 사무총장이 각각 따로 시상자로 대기했다. 경기는 천안에서 먼저 끝났다. 현대캐피탈이 3-0으로 이겼다. 오후 8시8분이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 선수들과 구단직원, 팬들은 아직 기뻐할 수 없었다. 30분을 더 기다렸다. 대한항공이 먼저 첫 세트를 따냈다. 삼성화재가 3세트를 31-29로 간신히 이겼다. 결국 3-1 삼성의 승리. 오후 8시39분이었다. 유관순체육관에는 한숨과 고요만이 감돌았다.

● 동업자 정신이 필요한 V리그

이번 정규리그 1위는 모두 원정에서 결정됐다. 리그 및 챔피언결정전이 홈팀 주관으로 진행되다보니 아쉽게 드러난 것이 동업자 정신이었다. 상대 팀이 우리 코트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것이 기분 좋을 리는 없지만 최소한 페어플레이와 배려는 필요했다.

만일을 대비해 우승기념 통천을 준비하려고 하자 밤 9시 이후가 아니면 새벽에 설치하라고 한 팀도 있었다. 우승이 확정된 뒤 축포도, 축하음악에 필요한 시설사용도 협조가 아쉬웠다. 아이디카드가 없다며 치어리더를 코트에 내려오지 못하게도 했다. 의도적이건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건 간에 이런 모양새는 좋지 못하다. 개선이 필요하다. 모두가 힘들게 보낸 시즌을 결산하는 행사라면 더욱 화려한 세리머니가 필요하다. 감동적이고 오래 기억에 남을 행사로 꾸며서 V리그의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구단의 대인배정신이 먼저다. 더 중요한 것은 KOVO의 마인드다. 구단에 모든 걸 미뤄서는 답이 없다. 먼저 나서서 획기적인 시도를 하고 구단이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 어차피 구단은 자기 팀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다.

KOVO는 배구발전의 명분으로 구단을 이끌어야 한다.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챔피언결정전만이라도 KOVO에서 주관하는 것이 좋겠다. 그것도 아니면 홈 원정 각각 2경기는 연고지 팬을 배려하고 최종전은 중립지역에서 보다 많은 관중을 위한 이벤트로 구상해야 한다.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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