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스트라이커 가리자” 불꽃 튀는 진검승부 예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3월 6일 07시 00분


울산 김신욱이 작년 아쉽게 놓쳤던 득점왕을 차지하기 위해 더 많은 골과 나아진 경기력을 자신하고 있다. ‘롤 모델’인 전북 이동국(왼쪽 사진)과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츠동아DB
울산 김신욱이 작년 아쉽게 놓쳤던 득점왕을 차지하기 위해 더 많은 골과 나아진 경기력을 자신하고 있다. ‘롤 모델’인 전북 이동국(왼쪽 사진)과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츠동아DB
■ K리그 개막 D-2…너만은 넘는다!

4. 김신욱, 이동국에 도전장 〈끝〉

해마다 진화해온 김신욱 작년 19골 폭발
부상으로 13골에 그친 이동국에 판정승
김신욱 “이동국, 가장 존경하는 롤모델”
신구 골잡이 경쟁 올 시즌 최대 관심사


김신욱(26·울산 현대)의 2013년은 역동적이었다. 환희와 행복을 느꼈고, 또 아픔과 아쉬움도 겪었다. 정규리그 19골 6도움을 했다. 최선의 기록이었다. 하지만 하늘은 모든 것을 주지 않았다. 소속 팀 울산이 정규리그 최종 라운드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일격을 당해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하필 김신욱은 경고누적으로 힘을 보탤 수 없었다. 자신도 FC서울 데얀(현 장쑤 쑤엔티)과 득점수가 같았지만 출전 경기 횟수가 많아 득점왕 타이틀을 빼앗겼다. 하지만 김신욱의 노력과 땀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각종 연말 시상식에서 항상 그의 이름이 호명됐다.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는 최우수선수(MVP)가 됐고, 팬 투표로 결정된 팬타스틱 플레이어, 2013 베스트11 공격수 부문에 선정됐다. 동아스포츠대상 올해의 프로축구선수의 주인공 역시 김신욱이었다.

● 진짜 K리그 최고 골잡이로 향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축구는 걱정에 휩싸여 있었다. 스트라이커 계보가 끊겼다는 우려의 목소리였다. 물론 베테랑 골잡이 이동국(35·전북 현대)이 건재했지만 그의 뒤를 이어줄 젊은 공격수가 눈에 띄지 않았다. K리그를 뒤흔들어줄 인재가 절실해지던 시점이었다.

목마름을 해결해준 이가 김신욱이었다. 아마추어 시절까지 중앙 수비수로 뛰던 그는 김호곤 전 울산 감독의 혹독한 조련 속에 잠자고 있던 공격수 본능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2012년 하반기부터 함께한 동갑내기 개인 트레이너 이창현 씨의 도움도 상당히 컸다.

김신욱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2m에 육박하는 신장(197.5cm)을 앞세워 한국축구, 더 나아가 아시아 최고 폭격기로 명성을 떨쳤다. 큰 키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활용한 기술을 제대로 쓰지 못했던 김신욱은 ‘머리와 발을 모두 잘 쓰는’ 완전체 공격수로 다시 태어났다.

김신욱은 매 시즌 진화한다. 기록이 증명한다. 프로 데뷔 시즌인 2009년 7골1도움을 했고 이듬해 10골3도움을 올렸다. 2011년 19골4도움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2년 13골2도움, 작년 19골6도움으로 급성장했다. 2011년과 작년 득점수는 똑같지만 차이는 있었다. 2011년 김신욱은 43경기를 뛰었고, 작년 36경기에 나섰다.

특히 작년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득점왕 경쟁은 굉장히 치열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추이를 알 수 없었다. 데얀은 물론 브라질 공격수 페드로(당시 제주 유나이티드), 벨기에 스트라이커 케빈(당시 전북)의 도전도 만만치 않았다. 페드로와 케빈은 각각 17골, 14골을 올렸다. 김신욱의 활약이 훨씬 돋보였던 까닭이다. 데얀은 고별 인터뷰에서 “김신욱은 200% 성장했다. 정말 존경스럽다”고 아낌없이 칭찬했다.

그런데 올해 판도는 또 달라졌다. 페드로는 1월 겨울이적시장을 통해 일본 J리그 빗셀고베로 떠났고, 케빈은 랴오닝(중국)으로 향했다. 대부분 클럽들이 용병 수혈을 통해 이들의 빈 자리를 채웠지만 축구계의 시선은 한 곳으로 집중된다. 바로 한국축구 신구 스트라이커의 선두주자인 김신욱과 이동국의 진검승부다.

● 존경과 경쟁 사이에서

김신욱이 항상 입버릇처럼 해온 이야기가 있다. “(이)동국이 형의 모든 걸 배우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도 가장 존경하는 롤 모델 중 하나로 이동국을 꼽는다.

울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설기현(35·인천 유나이티드)에 대한 존경심도 크지만 이동국의 남다른 득점 센스를 따라가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말한다. 특히 이동국은 김신욱이 갓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 첫 파트너이기도 했다.

“(이)동국이 형은 내가 부단히 발전해야 한다는 걸 깨우쳐준 선배다. 함께 하는 것으로도 많은 영감을 받았고, 앞으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끔 해줬다.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꿨을 때 동국이 형의 득점 영상을 보며 따라가려 했고, 또 형처럼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했다. 골에 대한 간절함과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든 흔들리지 않는 자세는 배워야 했다. 형의 존재만으로도 내게 큰 자극제가 됐다.”

존경과 승부는 다르다. 축구는 경쟁의 스포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아픔을 딛고 전북에서 제2의 비상을 알린 이동국이었으나 작년은 김신욱의 판정승이었다. 이동국의 기록(13골)을 능가했다. 하지만 이동국은 부상으로 많은 출전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올 시즌이 진정한 승부라고 생각한다. ‘명가재건’에 나선 전북은 대대적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작년 준우승의 아쉬움을 딛고 정상을 향하려는 울산은 전북을 반드시 꺾어야 한다.

김신욱이 이동국의 아성을 넘어 국내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우뚝 설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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