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뛰어도 대회新, 이제야 쉬는 이승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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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체전 1500m도 우승 2관왕

“일단 잠을 푹 자고 싶어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의 간판 이승훈(26·대한항공·사진)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다.

지난달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71명의 한국 선수 가운데 이승훈은 가장 길고 힘든 일정을 소화했다. 그 긴 여정의 끝은 ‘해피 엔딩’이었다.

개막 이튿날인 2월 8일 남자 5000m에 출전했고, 18일에는 남자 1만 m에 나섰다. 그리고 폐막을 하루 앞둔 22일 주형준-김철민 등과 함께 남자 팀 추월에 출전했다.

과정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 스스로 “욕심이 난다”고 했던 5000m에서는 12위로 처지며 큰 좌절을 맛봤고, 1만 m에서는 4위로 골인하며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하지만 팀 추월에서 값진 은메달을 수확하며 다시 웃을 수 있었다.

소치 올림픽 출전 선수들과 함께 25일 귀국한 그의 앞에는 겨울체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심신이 지쳐 있던 그는 22일 팀 추월 이후에는 한 번도 스케이트화를 신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동안 훈련에 익숙해져 있던 몸이 먼저 반응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겨울체전 남자 일반부 5000m에서 그는 6분35초92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대회 신기록이었다.

폐막일인 1일 출전한 남자 일반부 1500m에서는 역시 대회신기록인 1분48초89로 골인하며 2관왕에 올랐다. 이승훈은 2일 전화 통화에서 “소치 올림픽 이후 한 번도 훈련을 하지 않았다. 그냥 쉬었다가 경기 전 가볍게 몸을 풀고 탔는데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기록이 잘 나왔다”며 웃었다. 그는 “앞으로 한 달간은 푹 쉬고 싶다.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다닐 생각이다. 그리고 다음 달부터 4년 뒤 열리는 평창 올림픽을 향해 다시 훈련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1일 끝난 제95회 겨울체전은 경기도의 13연패로 막을 내렸다. 경기도는 금메달 99개, 은메달 73개, 동메달 71개를 따내 종합점수 1373.5점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13년 연속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겨울체전 최우수선수(MVP)에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4관왕에 오른 조용진(18·황지고)이 선정됐다. 단국대에 입학하는 조용진은 이번 대회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고등부 클래식 10km, 40km 계주, 프리 15km, 복합을 차례로 휩쓸었다. 조용진은 지난해 겨울체전에서도 같은 네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해 4관왕에 올랐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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