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소치의 영웅들]이 악물고, 아들·딸 생각하며 뛴다… 나는 국가대표 엄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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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에 간 3人의 ‘엄마 선수’들

“엄마가 뛰는 모습 잘 봐주렴.”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들 중 누구보다 각오가 남다른 선수가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들과 잠시 떨어져 올림픽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엄마 선수’들이다.

여자 컬링대표팀 신미성(36)은 한국 선수단에서 대표적인 엄마 선수다. 지난해 3월 딸 남윤지(2)를 낳았다. 팀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출산 한 달 만에 다시 얼음판으로 돌아왔지만 육아와 훈련을 병행하는 것은 힘이 들었다. 친정 부모님이 사는 아파트 아래층으로 이사해 훈련 기간 동안 딸을 맡겼지만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신미성은 “딸과 약속을 했다. 엄마가 보고 싶어도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면 메달을 가져오겠다고. 이번이 마지막 대회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컬링대표팀은 예선에서 총 9경기를 치러 상위 4팀이 올라가는 준결승 진출을 노리고 있다. 비록 소치 올림픽 출전팀 중 최하위이지만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강에 올랐던 만큼 자신감은 넘쳐 있다.

여자 봅슬레이 2인승에 출전하는 김선옥(34)도 여섯 살짜리 아들 김민범이 있다. 육상 단거리 선수 출신인 김선옥은 2008년 출산과 함께 운동을 그만뒀다. 하지만 운동에 대한 열정을 포기 못한 김선옥은 2011년 봅슬레이 대표선발전에 지원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1년에 3∼5개월 이상 해외에 머물며 훈련하는 탓에 아들과 떨어져 지낼 때가 많다. 휴대전화 영상통화로 그리움을 달래보지만 옆에서 챙겨주지 못하는 마음에 남몰래 울음을 터뜨릴 때가 많다.

김선옥은 “교사인 남편이 주로 아들을 봐주고 팀에서도 배려를 많이 해줘서 견디고 있다. 여자 썰매 1세대라는 책임감이 없었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올림픽에서 꼭 좋은 성적을 내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선옥은 19일 봅슬레이 여자 2인승 예선에 출전할 예정이다.

4번째 올림픽에 도전하는 크로스컨트리 이채원(33)에게는 두살짜리 딸 장은서가 있다. 전국겨울체육대회에서 51차례나 금메달을 목에 건 이채원은 2010년 결혼해 지난해 1월 은서를 낳았다. 당시 이채원은 남편을 제외하고 코치에게조차 임신 사실을 숨긴 채 훈련했다.

출산 2개월 뒤 이채원은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육아와 살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채원은 “운동을 그만두려고 했지만 9개월간 엄마의 힘든 훈련을 배 속에서 참고 견디어준 딸을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운동을 더 해야겠다고 각오했다”고 밝혔다. 이채원은 소치 올림픽에서 지난 밴쿠버 올림픽보다 높은 성적을 거뒀지만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이채원은 “딸을 생각하면서 이를 악물고 경기에 출전했다. 밴쿠버보다는 발전한 모습을 딸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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