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손사래에도 꼭 만나야겠다는 洪,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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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부진-朴 소속팀 맹활약 등 월드컵 개막 전까지 변수 생기면
또 ‘朴 발탁’ 여론 나올까 경계… 팀 안정 위해 매듭지으려는 듯

“내가 (박)지성이 성격에 대해 100%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지성이 성격에 (대표팀에서) 은퇴했다고 몇 차례나 얘기했는데 내가 간다고 (대표팀에) 복귀하고 그럴 건 아니었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8일 “지성이를 만나 대표팀 복귀에 대한 생각을 직접 들어보겠다”고 했었다. 직접 만나 얘기해 봐야 복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어느 정도 예상했으면서도 왜 네덜란드까지 날아가 박지성(에인트호번)을 만나려고 했을까.

“중요한 건 박지성 선수가 ‘대표팀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하는 그 얘기를 내 귀로 직접 듣고 싶은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대표팀 전지훈련을 지휘하던 홍 감독은 28일 “이제 정리를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 여부를 두고 말이 많은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고 싶다는 얘기 같았다.

박지성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가 대표팀에 복귀할 가능성은 0%”라고 말했다. 선수가 무슨 일이 있어도 복귀할 생각이 없다는데 홍 감독은 뭘 또 정리하겠다는 건가. “대표팀에 변수(성적 부진)가 생긴다든지 박지성 선수가 네덜란드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한다든지 하면 박지성 본인이나 대표팀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드시 이 문제(박지성 복귀)가 또 거론될 것이라고 본다.”

홍 감독은 자신이나 박지성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박지성의 복귀 여론이 조성되는 것을 경계했다. “박지성 복귀 얘기가 안 나오면 좋겠지만 또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이 문제가 4월이나 5월에 튀어나올 수도 있다. 월드컵 준비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이런 문제가 터지면 큰 고민이고 팀에도 도움이 안 된다. 감독으로서 마지막 준비 단계에 팀이 흔들리는 건 철저히 막아야 한다.” 홍 감독은 빠르면 2월, 늦어도 3월 안에는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지성이를 만나 보겠다”는 얘기를 했다. 이런 얘기를 하면 박지성의 복귀를 설득하려나 보다 하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건 어느 정도 감수했다고 한다.

홍 감독이 먼저 박지성을 조용히 만나 복귀 의사를 물어본 뒤 결과를 알렸더라면 지금 같은 잡음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평소 카리스마 넘치고 진중한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섣불리 말부터 먼저 꺼낸 이유에 대해선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홍 감독은 또 자신이 찾아가기 전에 박지성이 “복귀 가능성 0%” 식의 말을 하리라고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복귀 가능성 0%’란 말을 전해 듣고도 홍 감독은 미국과의 평가전이 끝나는 2월 2일 이후 박지성을 직접 만나겠다고 한다. “내 귀로 직접 들어야 나중에 박지성 복귀 얘기가 또 나왔을 때 내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그래야 팀이 흔들리지 않는다.”

로스앤젤레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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