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년 말(馬)의 해. 승용마도 있고 유원지나 놀이시설 주변에서 관광용 마차를 끄는 말도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말’ 하면 경주마다. 경주마는 승용마나 관광용 마차를 끄는 말보다 몸값도 훨씬 더 나간다. 4일 경기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새해 첫 경주가 열린다. 모르고 보면 그 말이 그 말 같고, 그래 봤자 말이지 싶지만 알고 보면 또 다른 세상인 게 경마다. ○ 관람객
경마를 구성하는 건 경주마와 기수, 그리고 관람객이다. 구경꾼인 관람객이 빠질 수 없는 건 경마가 베팅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베팅 방식이 여러 가지라 복잡해 보이지만 적게는 한 필, 많아 봐야 세 필을 맞히는 간단한 구조다. 베팅은 100원부터 최대 10만 원까지 할 수 있다.
서울경마공원의 경우 경주가 열리는 토, 일요일마다 많을 때는 4만여 명의 관람객이 입장료 1000원(2월부터 2000원으로 인상 예정)을 내고 들어가 베팅을 한다. 관람객들이 베팅을 가장 많이 하는 건 순위에 관계없이 1, 2등 말을 모두 맞히는 복승식이다. 매년 전체 베팅의 절반 이상이 복승식에 몰린다. 복승식의 평균 적중 확률은 2% 정도다.
초보자들에게 적합한 베팅 방식은 연승식이다. 순위에 관계없이 1∼3등 말 중 한 필만 맞히면 된다. 연승식의 적중 확률이 평균 30%로 가장 높다. 1등 말만 맞히면 되는 단승식이 평균 적중 확률 10%로 연승식 다음으로 높다. 순위에 관계없이 1∼3등 말 세 필을 모두 맞혀야 하는 삼복승식은 평균 적중 확률이 0.8%밖에 안 되지만 적중 확률이 떨어지는 만큼 맞히기만 하면 배당액은 가장 많다. ○ 경주마
길어야 2분대 안에서 승부를 내는 경마의 주인공이다. 서울경마공원의 경주 거리는 짧게 1000m부터 길게는 2300m까지다. 경마는 1000∼1400m를 단거리, 1500∼1800m를 중거리, 1900∼2300m를 장거리로 구분한다. 1000m 경주는 1분 안에 승부가 난다. 인간 달리기 육상은 남녀가 따로 경쟁하지만 경마에서는 암수 구분 없이 레이스를 벌이기도 한다. 육상은 가슴, 스피드 스케이팅은 스케이트 날의 결승선 통과가 순위 결정 기준이지만 경마는 말의 코가 기준이다. 그래서 막판 접전이 벌어진 레이스를 ‘코 차의 승부’라 표현하기도 한다.
일반 경마는 최소 7필, 최대 14필의 경주마가 레이스에 참가한다. 모래바람을 일으키면서 한데 뒤섞여 달리는 10여 마리의 말 중에 자신이 베팅한 말이 어떤 말인지 멀리 떨어진 관람대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땐 기수의 모자를 보면 된다. 출전 번호 1번은 흰색, 2번은 노란색, 3번은 빨간색, 4번은 검은색, 5번은 파란색, 6번은 녹색 등 번호에 따라 정해진 색깔을 착용하게 돼 있다. 국산마의 경우 적게는 1000만 원대부터 최고 3억 원 가까이 경주마의 몸값이 매겨져 있는데 대개는 4000만 원 안팎이다. 퇴역한 경주마 ‘지금이순간’은 지난해에만 8억5016만 원의 상금을 벌었다. ○ 기수
국내에 130여 명뿐이다. 되고 싶다고 아무나 될 수 없는 게 기수다. 말 등에 올라 스피드로 승부를 가리는 기수의 특성상 체격 요건이 엄격하다. 키 168cm 이하, 몸무게 49kg 이하여야 한다. 한국마사회 경마인력교육원에 입학해 2년 동안의 혹독한 교육과정에서 살아남아야 겨우 수습 기수로 데뷔할 기회를 얻는다.
‘마칠기삼(馬七騎三)’이라고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건 말의 주행 능력이 70%, 기수의 말몰이 능력이 30%란 얘기가 있지만 상금 분배율에서는 기수의 몫이 5%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경마공원의 경우 상금은 마주가 78.68%로 대부분을 갖고 나머지를 조교사(8.84%), 마필관리사(7.48%), 기수(5%)가 나눠 갖는다. 지난 1년간 서울경마공원에서는 문세영 기수(34)가 465차례 출전에서 1등을 105번 차지해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경주마는 체력 소모 가 커 대개 한 달에 한 번 정도 출전하지만 기수는 말을 바꿔가면서 하루에 대여섯 번씩 경주에 나서기도 한다. 상금 등을 합쳐 국내 기수들이 1년에 버는 돈은 평균 1억 원이 넘는다. 많게는 5억 원 넘게 버는 기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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