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나 때문에 지고도 비겁한 변명 많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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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은퇴식… 몸 낮춘 마무리
“日과 3승4무, 전승 못해 아쉬움… 주변선 1, 2년 더 뛰라고 하지만
체력문제 남들이 알기 전 떠나요”

“일본한테 전승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1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연 이영표(36·사진)는 4차례의 일본전 무승부를 27년 축구 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그는 “일본과 7번 경기를 해 3승 4무를 한 것 같은데 비긴 4번이 아쉽다. 7승을 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쉽다”고 말했다.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지난달 28일 은퇴 경기를 치른 그는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 “1, 2년은 더 뛸 수 있는 선수”라는 의견이 많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체력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팀 동료들도 감독도 ‘선수 생활을 더 하라’고 했다. 동료들은 나의 체력적인 문제를 모른다. 하지만 나 스스로는 잘 안다. 동료들까지 나의 체력 문제를 알게 됐을 때는 이미 늦었다고 본다. 나만 알고 동료들은 눈치 채지 못했을 때 은퇴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국내 프로축구 K리그 복귀 여부에 대한 생각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K리그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선수 생활을 K리그에서 마무리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리그에서 이미 은퇴를 했기 때문에) 이제는 K리그에 대해 말할 자격은 없다”고 했다.

한때 패배를 당당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는 팬들에게 사과의 말도 전했다. 그는 “언젠가 한 번은 꼭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며 “사람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나 때문에 진 경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의 실수를 엉뚱한 동료들이 뒤집어쓴 적도 있었고 정정당당히 마주해야 할 패배 앞에서 비겁한 변명과 핑계를 댄 적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홍명보 감독(44)이 지휘하는 국가대표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표팀 후배들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그는 “경기를 보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물론 있지만 지금 한국 축구에 관해 가장 잘 아는 분은 홍 감독이다. 내가 뭘 느낀 게 있다면 대표팀 감독은 그런 부분에 대해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하고 싶은 일도 있고, 해야 한다고 책임감을 느끼는 일도 있다. 당연히 축구와 관련된 일이겠지만 아직 결정한 것은 없다”며 2, 3년 동안 시간을 갖고 고민해 보기로 했다.

‘축구를 즐겼던 선수’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는 그는 “나에게 축구 선수로는 80점, 축구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는 10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1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스위스 대표팀 친선경기 하프타임에 이영표의 은퇴식이 준비돼 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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