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물흐물 동부산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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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이승준-힐 고공농구 실종
새 지휘봉 이충희 감독 깊은 시름

이충희 감독
이충희 감독
강원도를 대표하는 프로농구 동부는 ‘산성(山城)’으로 불렸다. 장신 선수가 즐비한 동부는 고공농구의 대명사였다. 짠물 수비는 공포의 대상이 된 적도 있다. 올 시즌에도 이런 면모는 위력을 떨칠 것으로 보였다. 김주성(205cm)과 이승준(204cm), 허버트 힐(202cm)이 골밑에 버티고 있기 때문. SK 문경은 감독은 “동부는 만리장성이라는 중국 대표팀 같다. 시즌 중반 윤호영(197cm)까지 제대하고 돌아오면 더 큰 일”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동부 산성이 흔들리고 있다. 동부는 경기당 평균 32.9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 10개 구단 중 7위에 처졌다. 이 부문 1위 SK(42.1개)보다 10개 가까이 적다. 동부의 평균 실점은 77.4점으로 6위.

동부는 22일 삼성을 맞아 졸전 끝에 84-85로 이긴 뒤 25일 KT에 20점 차로 대패한 데 이어 27일 전자랜드에는 4쿼터 7득점에 그치는 무기력한 모습 끝에 58-71로 졌다. 당초 우승 후보로 꼽힌 동부는 4승 3패로 공동 4위에 머물렀다.

동부는 키 큰 선수들이 골밑에서 겹치다 보니 오히려 손쉬운 외곽슛을 내주는 허점을 드러냈다. 리바운드를 따내려면 무엇보다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박스아웃이 중요한데 몸싸움을 싫어하는 이승준은 외곽을 맴돌 때가 많았다.

전창진 KT 감독은 “동부에는 궂은일 하는 선수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승준은 KT와의 경기에서 20점 이상 뒤진 상황에서도 3점슛을 넣은 뒤 두 팔까지 번쩍 들며 환호해 상대 코칭스태프의 실소까지 터뜨리게 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뽑힌 힐은 뒷돈을 요구하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동부의 연고지 원주시가 너무 적적해 못 견디겠다는 상식 밖의 이유를 들며 사실상의 태업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5년 만에 코트에 복귀한 이충희 감독이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기 위해 경기마다 풀타임 가까이 출전시킨 김주성의 컨디션이 떨어진 것도 악재였다.

이 감독은 “기본에 충실해야 할 때다. 리바운드와 수비 강화를 위한 정신력 재무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농구#동부#이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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