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풀스토리] ‘오뚝이’ 두산 오현택,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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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10일 07시 00분


두산 오현택. 스포츠동아DB
두산 오현택. 스포츠동아DB
인간의 인생은 B(birth)에서 시작해 D(death)로 끝납니다. 그 사이에 C(choice)가 있겠죠. 선택의 기로에서 사람의 판단 기준은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두산 오현택(28)은 생애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기까지 끝없이 선택의 길목에 마주섰습니다. 잘한 선택도 있고, 아닌 판단도 있었겠지만 일관성은 지켰던 것 같습니다. ‘먼 길일지언정 돌아가지 않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오현택이었습니다. 누구의 권유도 없었습니다. 제 발로 야구부를 찾아갔습니다. 사회인야구를 했던 삼촌은 조카 오현택을 잠실구장에 자주 데려갔습니다. 그냥 거기서 봤던 야구가 오현택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부모님은 서울 미아리에서 야구부가 있는 사당동 이수초등학교로 전학을 시켜 아들의 결정을 지지해줬습니다.

#고교 2학년까지 내야수를 했는데, 내세울 것이라곤 빠른 발뿐이었죠. 장충고 3학년을 앞두고, 유영준 당시 감독(현 NC 스카우트)을 찾아가 부탁했습니다. “저, 투수해보겠습니다.” 유 감독은 던져보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오버핸드로 던졌는데, 3주쯤 뒤에 김병현(넥센)의 흉내를 내며 사이드암으로 던지는 것을 우연히 본 유 감독이 “너, 그렇게 한번 던져봐라”고 해서 잠수함 투수가 됐습니다.

#갑작스레 결심한 투수인데, 야구가 그렇게 만만할 리 없겠죠. 고교와 대학(원광대) 졸업 때 어느 프로구단도 지명해주지 않았습니다. 대학 졸업반 당시 프로 신인드래프트에서 탈락해 막막해하던 날, 이복근 두산 스카우트의 전화를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신고선수로 뽑을 테니 한번 해보자.” ‘신고선수’라는 말이 구원처럼 들렸습니다.

#대졸 신고선수. 2년 내로 정식선수가 못 되면 방출시킨다는 것과 동의어나 다름없죠. 그런데 입단하자마자 권명철 잔류군 투수코치(현 1군 투수코치)가 “앞으로 1년간 실전등판을 안 시킬 테니 나와 연습하자”고 제의했습니다. 고민 끝에 그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권 코치는 오현택에게 커브와 슬라이더를 집중적으로 가르쳤고요. 2군 경기가 끝나야 개인훈련이 시작되는 연습생 같은 일상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시절을 거쳐 상무로 입대해 경험을 쌓은 뒤 두산에 복귀하니 기회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묵묵히 던지다보니 상무 동기이자 결혼식 사회까지 봐준 절친 유희관, 2군 시절부터 가장 따르는 선배 노경은과 가을야구까지 오게 됐네요. 9일 준플레이오 2차전 10회말 구원 등판해 끝내기안타를 맞고 패전을 당했지만 아직 오현택의 가을야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쓰러질 듯 하다가도 다시 일어선 야구인생처럼요.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a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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