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의 기적 기대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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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코치 無… 전문선수 無… 만든지 두달 된 노르딕복합 대표팀

국내 최초의 노르딕복합 대표팀 선수가 된 박제언(왼쪽)과 김봉주. 평창=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국내 최초의 노르딕복합 대표팀 선수가 된 박제언(왼쪽)과 김봉주. 평창=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에 선수조차 없는 올림픽 종목이 있을까?

6월 초까지 노르딕복합이라는 겨울 종목에는 국내 선수가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국내에서 대회가 열린 적도 없다. 선수가 없으니 대표팀을 꾸릴 수 없어 올림픽 출전은 불가능했다.

노르딕복합은 크로스컨트리와 스키점프를 동시에 치르는 종목이다. 크로스컨트리를 하기 위한 지구력은 물론이고 스키점프를 위한 균형감까지 갖춰야 한다. 1892년 오슬로에서 처음으로 정식 경기가 열렸고 1924년 제1회 샤모니 겨울올림픽에서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그동안 국내에 노르딕복합 선수가 한 명도 없었던 이유는 두 종목을 모두 할 줄 아는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스키점프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3∼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외국에선 스키점프 선수 출신이 노르딕복합에 많이 도전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스키점프의 저변이 얇았던 탓에 노르딕복합에 도전하는 선수가 나오기 힘들었다. 대한스키협회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대비해 스키점프 대표팀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두 명을 선발해 올해 6월 노르딕복합 대표팀을 만들었다.

28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 내 스키점프 경기장에서 만난 대표팀의 훈련은 뜨거웠다. 국내 첫 대표선수인 박제언(20), 김봉주(20·이상 한국체대)는 오전에는 롤러스키를 타며 땀을 흠뻑 흘린 뒤 오후에는 100m 가까운 높이의 스키점프장에서 점프를 반복했다. 김봉주는 “바닥에서 기다가 하늘을 날다 보니 매일 천국과 지옥을 체험하는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20세 동갑내기 두 선수는 노르딕복합을 하기에 적합하다고 평가받는다. 지난해 스키점프 대표팀에서 활동했던 박제언은 5년 전까지는 크로스컨트리 선수였다. 전국체육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기도 했다. 노르딕복합 대표팀이 만들어졌을 때 영입 1순위로 꼽혔다. 박제언과 달리 스키점프 상비군 출신인 김봉주는 크로스컨트리 경험이 없다. 하지만 김봉주의 아버지는 전 크로스컨트리 대표팀 감독인 김대영 씨다. 김봉주는 “크로스컨트리 경험이 없지만 아버지에게 조언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첫 걸음마를 뗀 대표팀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회 경험이 없어 올 시즌 국제대회에 출전해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우선 목표다. 이와 함께 전담 지도자도 구해야 한다. 노르딕복합 대표팀에는 현재 전담 지도자가 없다. 이들은 크로스컨트리와 스키점프 대표팀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협회는 내년 외국인 코치 등을 영입할 계획이다.

갓 걸음마를 뗐지만 두 선수의 시선은 먼 곳을 향해 있다. 내년 2월 소치 겨울올림픽 출전이 우선 목표다. 대회가 몇개월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언뜻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박제언은 3월 일본에서 열린 노르딕복합 국제대회에 시험 삼아 참가해 선수 50명 중 12위를 기록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올림픽 출전권을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국제대회에 자주 출전해 상위 입상하며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박제언은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지 모르지만 꼭 출전 티켓을 따서 노르딕복합이라는 종목을 국내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평창=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노르딕복합#크로스컨트리#스키점프#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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