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스포츠로 읽는 세상] 우리금융, 배구단 인수 포기 신뢰를 먹고 사는 은행 맞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6월 26일 07시 00분


프로배구계가 우리카드 때문에 시끄럽다. 우리금융지주는 3월7일 드림식스를 인수한 뒤 우리카드가 배구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8월1일 정식출범을 눈앞에 두고 인수 포기의사를 내비쳤다. 우리금융지주는 회장이 바뀌면서 전임 회장이 추진했던 사업을 재검토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프로배구단 인수다. 새 회장은 전임 회장과 그리 좋은 사이는 아니라고 한다.

배구단의 존재 이유를 주장해야 할 우리카드 사장은 다른 계열사 사장들과 함께 사표를 냈다. 그는 새 회장과 경쟁하던 사이였다. 사표는 수리되는 모양이다. 남의 회사 인사문제를 뭐라 말할 생각은 없지만 주인 없는 대부분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과 인사가 이런 식이다.

배구단 인수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우리금융지주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새 회장은 꼭 배구단을 해야 하는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배구단 운영과 야구단 운영에 드는 비용의 차이도 구분하지 못할 만큼 그릇된 정보를 보고받은 때문인지, 스포츠 팀 운영 자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개인성향 탓인지 알 수는 없다. 우리카드는 윗사람의 뜻을 받아들여 한국배구연맹(KOVO)을 찾았다. 인수가격을 낮춰달라고 했다. 그것이 불가능해지자 러시앤캐시에 팀을 넘기려고 했다. 구단끼리 인수인계는 규약위반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무식한 것이고 알았다면 규약을 우습게 본 것이다. 이들은 은행답게 철저히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 스포츠가 주는 순수성과 고귀한 가치, 사회에 대한 공헌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우리금융지주가 배구단을 대하는 시선이 이 정도다. 억지로 배구단을 맡아봐야 앞으로 행태가 빤하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만일 우리금융지주의 한 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서민이 집안 상황이 어려워졌다며 이자를 깎아달라고 할 때 순순히 그렇다고 할 것인가. 그 대출을 그냥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좋다고 받아줄 것인가. 이것이 우리카드 배구단 사태의 본질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이번에 간과한 것이 있다. 스포츠는 사람을 즐겁게도 하고 흥분시키기도 하는 가벼운 오락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담고 있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숭고한 가치다. 그래서 전 국민이 새로운 축구국가대표 감독의 결정에 관심을 가지고 대표팀의 경기에 일희일비한다. 스포츠는 국민의 마음을 정화시켜주고 힘든 삶에 활력도 준다.

기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도 스포츠를 통해 긍정으로 바꾸고 친밀도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스포츠와 그 스포츠에 관여하는 사람들 모두 존중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것을 몇 푼의 이익으로만 판단해 흥정을 하려고 했다. 이번에 우리금융지주가 보여준 태도는 탐욕밖에 모르는 천민자본주의의 밑바닥이었다. 배구는 다른 스포츠보다 희생과 헌신을 강조한다. 러시앤캐시가 드림식스 인수를 위해 경쟁한 것도 스포츠가 주는 긍정적 효과를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따지고 보면 3월7일의 인수경쟁도 불공정했다.

우리금융지주는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았다. 3월 인수전 PT 때 우리금융지주는 서울에 전용구장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말을 듣고 설마했지만 신뢰를 하늘처럼 아는 은행의 약속이라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믿었다. 그런데 3개월여 만에 이런 사태가 왔다. 그래서 기자는 이번에 은행의 신뢰성을 다시 보게 됐다. 대부업체 보다도 못한 은행의 신뢰성을.

marco@donga.com.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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