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내가 류현진처럼 던졌다면…” 후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8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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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사진제공=웅진지식하우스
박찬호. 사진제공=웅진지식하우스
"내가 류현진처럼 던졌더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후배들에게 미안함을 느낍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40)가 메이저리그(MLB) 후배 류현진(26·LA다저스)을 바라보는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박찬호는 18일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자신의 자서전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 출판 기념 기자회견에서 '메이저리그 첫해를 보내고 있는 류현진에 관해 이야기해 달라'는 질문에 "류현진이 던지는 걸 보면서, 후배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고 답했다.

"선수 시절 전 그저 세게, 더 세게, 더 빠른 공을 던져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런 절 봐온 후배들도 박찬호처럼 시속 150, 160km로 던져야겠다는 생각만 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공 빠르기보다 중요한 게 정확도예요. 류현진을 보면서 그걸 느껴요. 내가 류현진처럼 던졌다면, 후배들도 빠른 공보다는 정확도를 높이려고 노력했을 겁니다. 그럼 아직 더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었을 텐데, 아쉽죠."

박찬호는 "공을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던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걸 나는 은퇴하기 몇년 전에야 비로소 느꼈다. 너무 아쉽더라"라면서 "그런데 그걸 류현진이 하고 있다. 아직 미국에 있는 선수들은 박찬호만 보다가 류현진을 보면서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을 거다. 류현진이 정말 대견하다"라고 덧붙였다.

또 박찬호는 류현진에게 진심어린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은 한국 야구의 새로운 문을 열고 있는 선수예요. 제가 막 미국에 진출했을 때 샌디 쿠팩스가 저한테 '긴 여행길을 가고 있다'라는 글을 써줬습니다. 오늘의 경기, 올 시즌에 집착하지 않고 하나씩 쌓아가는 게 중요해요. 짧게 보면 불안해져요. 길게 봐야 탄탄해집니다. 류현진도 지금 긴 여행길에 서 있는 거죠."

박찬호는 자서전을 쓴 이유에 대해 "어릴 때 학교에서는 위인전을 읽으라고 했다. 나는 위인전 대신 장훈의 야구비디오와 책을 보면서 자랐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메시지를 전하는 책을 쓰고 싶었다"며 "지난 야구생활 30년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는 92학번 동기인 홍원기 현 넥센 코치, 송지만 현 넥센 선수, 차명주 재활센터원장 등이 현장을 찾아 박찬호의 자서전 출간을 축하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24승을 거둔 박찬호는 지난 2011년 일본프로야구(NPB)와 2012년 한국프로야구(KBO) 한화 이글스 생활을 거쳐 지난해 11월, 19년의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공식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사진제공=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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