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아진 양 감독 ‘2차 설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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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6월 18일 07시 00분


최강희 감독(왼쪽)과 이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17일 열린 공식기자회견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울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최강희 감독(왼쪽)과 이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17일 열린 공식기자회견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울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양 팀 기자회견 분위기 ‘화기애애’

이란 기자 도발적인 질문 공세에도
최강희 감독 유연한 언행으로 대처
케이로스 “韓 본선 확정시 꽃 선물”


취재를 하다보면 각국 축구기자와 만난다. 이란 기자만큼 경기를 보며 흥분하는 이들을 본 적이 없다. 기자인지 팬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런 이란 기자들이 뿔이 난 모양이다. 계속 공격적인 질문을 해댔다.

17일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이란의 월드컵 최종예선(6월18일) 기자회견이 열렸다. 국제축구연맹(FIFA) 감독관이 축구협회를 통해 “양 팀 감독이 과열됐다. 감정 상하거나 비하하는 내용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최근 두 팀은 설전을 주고받았다.

한국 최강희, 이란 케이로스 감독 모두 FIFA 권고를 받아들였다. 최 감독은 “시한부 감독 하다 보니 어려운 점 있었고 아쉬움도 남는다. 불안 요소 다 걷어내고 내일 꼭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차분히 각오를 다졌다. 한 이란 기자가 “FIFA는 아름다운 게임을 추구하는데 왜 당신은 싸움을 붙이느냐”고 기분 나쁜 질문을 던졌지만 최 감독은 “페어플레이하는 게 맞다. 내 이야기가 어떻게 전달됐는지 모르겠지만 장외에서 더 이상 쓸데없는 이야기 안 하겠다”고 잘랐다.

케이로스도 점잖았다. 그는 운전사가 길을 헤매 15분 이상 늦었다. 케이로스는 자리에 앉자마자 “늦어서 죄송하다”고 한 뒤 “최 감독이었으면 또 불평을 했겠지만”이라고 말했다. 얼핏 최 감독을 비꼬는 듯 했지만 농담으로 웃어넘길 만한 수준이었다. 케이로스는 “한국을 전적으로 존중한다. 내일 좋은 경기해서 우리도 꼭 본선 꿈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시 이란 기자가 “(손흥민의 피눈물 흘리게 해주겠다는 발언을 들며) 한국 선수, 감독이 유독 심리전을 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도발적으로 물었다. 케이로스는 개의치 않고 “30년 동안 다양한 나라에서 지도자 했지만 피와 복수의 축구는 경험한 적이 없다. 이제 멈추자. 한국 선수들이 예의바르다는 것을 잘 안다. 한국이 내일 본선 확정하면 꽃을 선물 하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울산|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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