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박사 “평범한 생각들이 금메달을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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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6월 12일 07시 00분


30년 스포츠심리학 외길 인생을 걸어온 체육과학연구원(KISS) 김병현 박사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정년퇴임한다. KISS 설립 이후
 최초의 정년퇴임 연구원이 되는 그는 “진리는 평범함 속에 있다”고 회고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30년 스포츠심리학 외길 인생을 걸어온 체육과학연구원(KISS) 김병현 박사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정년퇴임한다. KISS 설립 이후 최초의 정년퇴임 연구원이 되는 그는 “진리는 평범함 속에 있다”고 회고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첫 정년퇴임 김병현 박사가 말하는 스포츠심리학

장미란, 순수하고 영리…자신 잘 판단해
진종오, 노인처럼 차분해 실수 빨리 인정
이들 공통점은 어려울수록 평범하게 생각

국가대표선수들 심리적 불안감 제거 노력
KISS 스포츠심리학 세계적인 수준 자부


1980년 설립된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KISS)은 한국 스포츠과학의 산실이다. 국가대표선수들을 지원해 국제대회 성적 향상에 기여했고, 생활체육 진흥을 위한 체육정책 개발에도 힘썼다. KISS는 올해 설립 이후 최초로 정년퇴임 연구원을 배출한다. 1982년 KISS에 발을 들여놓은 뒤 스포츠심리학의 한길을 걸어온 김병현(60)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김 박사로부터 30년 스포츠심리학 외길 인생에 대해 들었다. 그는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 정년퇴임 이후에도 골프선수와 야구선수들의 심리상담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KISS의 스포츠심리학은 세계적 수준


김병현 박사가 KISS에 합류한 198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은 스포츠심리학의 변방에 있었다. 당시는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던 시절이라, 트레이닝과 관련된 생리학이 한국 스포츠과학의 주류였다. 1990년대에는 선수들의 기술적 부분을 분석하는 역학 분야가 큰 발전을 이뤘다.

김 박사는 ”지난 30년을 돌이켜보면, 처음 15년은 선수들에게 ‘잘한다, 잘한다’고 립 서비스를 하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 15년이 지난 뒤에야 조금씩 스포츠심리학에 눈을 뜨게 되더라. 이제는 체육과학연구원의 스포츠심리학이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국가대표선수들을 지원하면서 축적된 풍부한 임상경험이 스포츠심리학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세계적 수준의 선수들은 체력과 기술에선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메달의 색깔을 가르는 것은 ‘심리적 불안요소를 제거해 완벽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다. 최근에는 국가대표 지도자들이 먼저 스포츠심리학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이다.

● 결국 진리란 평범함 속에 있더라!

김병현 박사는 스포츠심리학에 대해 “평범한 생각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선수들이 평범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올림픽을 앞둔 금메달 후보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시달린다. ‘4년간의 땀방울이 한순간의 실수로 허사가 되는 것은 아닐까.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얼마나 많은 국민이 나를 질타할까.’ 이런 상황 속에선 평범한 사고가 작동하기 쉽지 않다. 김 박사는 30년간 만난 국가대표 중 인상적 선수로 장미란(역도), 진종오(사격), 김수녕(양궁)을 꼽았다.

장미란에 대해선 “순수하면서도 영리하다”고 설명했다. 영리함의 의미는 “자신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잘하기 때문에, 취할 것과 버릴 것을 잘 구분한다”는 것이다. 진종오에 대해선 “늙은이처럼 차분하다. 실수를 빨리 인정해버리기 때문에, 다음 발에서 이전 실수가 주는 심리적 악영향을 최소화한다”고 분석했다. 김수녕은 실수할 경우, ‘천하의 김수녕도 실수를 하는데 너희들이 실수를 안 할 수 있어?’라며 쉽게 넘겨버린다.

세 선수의 공통점은 심리적으로 강하다는 것인데, 모두 아주 특별한 노하우를 지닌 것은 아니다. 아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평범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닮았다. 김 박사는 “30년 넘게 연구하며 느낀 점은 진리란 평범함 속에 있다는 것이다. 이래서 환갑이 되면 누구나 심리학자가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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