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실점 약속, 바로 지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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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ML 한국인 세번째 완봉승 단 11경기 만에… 찬호는 6년 걸려
데뷔 첫해 13승 노모와 같은 페이스
강타선 에인절스 19연속 아웃행진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은 23일 밀워키전에서 5승을 거둔 뒤 “앞으로 무실점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류현진은 단 한 경기 만에 약속을 지켰다.

류현진은 29일(한국 시간) 캘리포니아 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안방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완봉승을 거뒀다. 9회까지 29타자를 상대해 2안타 7탈삼진의 퍼펙트에 가까운 피칭으로 시즌 6승을 챙긴 류현진은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5승)를 제치고 팀 내 최다승 투수가 됐다. 평균자책점을 2.89로 낮춘 류현진의 쾌투와 루이스 크루스의 2점 홈런 등을 앞세워 3-0으로 승리한 다저스는 2연승을 달렸다.

류현진은 다저스 신인으로는 2008년 구로다 히로키 이후 처음으로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1994년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박찬호는 2000년 9월에야 완봉승을 경험했다. 류현진이 기록한 데뷔 11경기 만의 완봉승은 다저스의 레전드급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와 같은 페이스다. 1995년에 데뷔한 노모도 11경기 만에 5승째를 완봉으로 장식했다. 노모는 그해 13승(6패)을 거뒀다. 구로다는 13경기 만에 완봉승을 신고했다.

류현진은 특히 ESPN을 통해 전국으로 중계방송된 이날 경기에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막강 타선 팀인 에인절스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둬 전국구 스타로 떠오를 기회를 잡았다. 에인절스는 최근 9경기에서 경기당 7.3점을 뽑았을 정도로 가공할 화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날 2회 5번 하위 켄드릭에게 첫 안타를 내준 뒤 8회 크리스 아이아네타에게 두 번째 안타를 허용할 때까지 19타자를 연속해 삼진과 땅볼, 플라이로 처리하는 등 에인절스의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이렇게 빨리 완봉을 할 줄은 몰랐다”며 “7회 이후부터는 투구 수가 많지 않아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나가는 경기마다 무실점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공격에서도 3회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시즌 2개)를 터뜨렸다. 4회에는 마크 트럼보의 안타성 타구를 왼발로 막는 묘기도 선보였다. 경기 후 왼발에 얼음찜질을 한 류현진은 “뼈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다저스의 돈 매팅리 감독은 “팀이 필요로 할 때 완투경기를 해줬다. 브레이킹볼이 아주 좋았고 볼의 로케이션, 구종 선택 등이 너무 좋았다. 투구의 완급 조절이 뛰어나 상대를 속이는 피칭은 일품이었다. 7회 에인절스 중심타선을 단 7개의 공으로 요리할 때 완투게임을 생각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3월 시범경기에서 류현진에게 4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을 당했던 에인절스의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시범경기와 오늘 경기는 구속의 변화를 주면서 아주 좋은 피칭을 했다.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고 평했다. 스프링캠프 때 류현진의 흡연을 문제 삼았던 켄 거닉 기자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서 “류현진이 받는 6200만 달러(약 690억 원)가 헐값으로 보였을 정도로 호투했다”며 “류현진은 신인상 후보로서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다졌다”고 전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6월 3일 콜로라도 방문경기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symoonhotmail.com

    
    
▼ 진화하는 몬스터 ▼

①강심장 - 어떤 상황에서도 담담
②기술 - 4가지 구종 모두 결정구
③ 파워 - 9회에도 151km 강속구
    
    
류현진이 막강 타선의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첫 완봉승을 따낸 29일. 류현진의 호투는 경기를 앞둔 국내 선수들과 야구 관계자 사이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대화는 대개 이런 말로 마무리됐다. “그러니까 괴물이죠, 달리 괴물이겠어요.”

콜로라도 시절이던 2005년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뒀던 김선우(두산)는 “미국에 간다고 할 때부터 현진이는 무조건 성공할 줄 알았다”고 했다. 김선우는 “구종과 스피드를 떠나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그런데 현진이는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공을 던진다. 류현진만이 갖고 있는 담대함이 있다”고 했다.

유필선 두산 운영팀 과장도 “마운드에 선 투수의 작은 동작에서 그 투수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다. 그런데 류현진은 홈런을 맞은 때건, 삼진을 잡은 때건 전혀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처음 서본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그렇게 담담할 수 있는 투수는 류현진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류현진은 기술적으로도 ‘몬스터’로 진화했다. 류현진은 예전부터 직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4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에 있을 때 커브는 주로 여유 있는 상황에서만 던졌다. 그런데 미국에 가서는 커브마저 결정구로 만들어 버렸다. 좌우가 상대적으로 후한 한국의 스트라이크 존에 비해 상하를 잘 잡아주는 미국 심판들의 입맛에 맞춘 것이다. 류현진은 “경기 전 던져보고 제일 나은 공을 경기 때 주무기로 쓴다”고 했다. 4가지 구종이 모두 결정구인 투수는 한국에는 없고 미국에서도 찾기 쉽지 않다.

구속 증가는 미스터리하기까지 하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한 뒤 지난해까지 류현진이 던진 가장 빠른 공은 시속 152km였다. 그런데 완봉승을 거둔 이날 류현진의 최고 구속은 153km까지 나왔다. 9회 마지막 타자 마이크 트라우트를 상대할 때 던진 마지막 직구가 151km가 찍히는 등 경기 후반까지 전혀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았다. 임헌린 한화 홍보팀장은 “한참 어릴 때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진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고 했다.

한국에 있을 때 류현진은 대개 100개 이상의 공을 던졌고, 종종 완투도 했지만 경기 내내 전력투구를 하진 않았다. 완급 조절을 통해 힘을 최대한 비축하면서 경기를 이끌어갔다. “모르는 타자가 많아 항상 최선을 다해 던진다”는 고백처럼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는 매 경기 모든 공을 전력으로 던진다. 그런데도 구속이 오히려 빨라졌다. 류현진은 달리 괴물이 아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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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류현진#완봉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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