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박경훈 감독 “2만 관중 꿈…머리 염색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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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25일 07시 00분


제주 유나이티드 박경훈 감독이 23일 제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군복을 입고 ‘천적’ FC서울과 26일 경기에서 징크스 탈출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제주 유나이티드 박경훈 감독이 23일 제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군복을 입고 ‘천적’ FC서울과 26일 경기에서 징크스 탈출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 제주 박경훈 감독, 내일 서울과 홈경기 앞두고 전의

지자체·구단 올해 홍보 마케팅 의기투합
“2만관중땐 오렌지색 염색 약속 이루고파”
‘2008년 후 서울전 15G 무승 깨자’ 각오도

2008년 제주로 취재 갔을 때였다. 지금은 구단을 떠난 모 단장은 텅 빈 관중석을 보며 “제주시 사람들은 (홈구장인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있는) 서귀포시로 오는 걸 육지 나가는 것보다 더 멀리 여긴다. 부천(전 연고지)에서 제주로 온 뒤 이런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제주시 사람들을 부르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한심했다. 2006년 연고지를 옮길 때 기본적인 사전조사도 제대로 안 한 것 아닌가. 이런 구단에 미래가 있을까 싶었다.

5년이 흘렀다. 예상은 빗나갔다. 요즘 ‘마케팅은 제주가 최고’라는 말까지 들린다. 결정적 계기는 2010년 준우승이었다. 제주 이동남 실장은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관중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제주 직원들은 마케팅에 성공한 국내 축구, 야구단을 비롯해 일본, 독일, 스페인을 방문했다. 관객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하는지 보기 위해 스포츠와 직접 관계없는 에버랜드, 롯데월드도 갔다. 축구장에도 놀거리, 즐길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 아래 매표소나 매점, 경기장 입구 등 관중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리모델링 했다. 창단해인 1982년을 기념해 관중 1982명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작전명 1982’가 탄생했다. 입소문을 타며 스폰서가 붙었고 작년에 10번 남짓 후원을 받았다. 올해는 ‘PARTY 2013’이다. 지자체 설득도 중요했다. 그 전에 공무원들은 “축구단은 SK(모기업) 아니냐”며 냉소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제주는 지자체 도움이 필요한 육교 현수막, 홍보탑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11년 제주의 홈경기 평균관중은 4609명(최하위)이었지만 작년 6538명으로 전 시즌 대비 가장 높은 증가율(45.4%)을 보였다.

제주의 숙원사업은 2만 관중 돌파다. 제주에서 축구로 2만 명을 모은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숫자 ‘2만’의 상징성은 그만큼 크다. 26일 FC서울과 홈경기가 D데이다. 제주는 2008년 8월 이후 15경기 째(5무10패) 서울을 못 이겨 징크스를 깨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그러나 결과에 앞서 꼭 보고 싶은 것이 2만 관중 물결이다. “2만 관중 넘으면 오렌지색으로 염색 하겠다”는 제주 박경훈 감독의 오래 전 약속이 꼭 실현됐으면 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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