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스포츠로 읽는 세상] 돈 상납에 감독 뒷바라지까지…학부모들, 자식 운동시킨 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5월 23일 07시 00분


최근 어느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다. 배구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감독이 물러났다. 상대팀과 경기가 실망스럽다며 어린 학생을 때린 것이 문제였다. 줄넘기를 사용했다. 학생의 몸에 멍이 들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피해학생의 아버지다. 몇 년 전 선수폭행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다. 이런 것을 폭력의 윤회라고 해야 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학교는 사건을 조용히 무마했다. 피해 학부모들의 집단 움직임은 없지만 교장선생님은 학교에 스포츠 팀을 두는 것이 안정적인 교직생활에 도움이 될지 고민하고 있단다.

또 다른 종목의 이야기다. 고3 학부모 A는 “자식에게 단체스포츠를 시킨 것이 후회된다”며 이를 갈고 있다. A의 아들은 팀의 주전 선수다. 5∼6월에는 대학진학이 결정 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에 자주 나가 대학 감독의 눈에 들어야 하는데 소속팀 감독이 경기에 내보내주지 않아 애가 탄다. 3학년을 제치고 출전시키는 2학년 선수 가운데 그 팀의 농구부장 아들이 있다. 다른 학부모 B는 그 부장과 면담에서 “대학에 갈려면 돈이 든다”는 말을 들었다. 아들이 2년간 대학에서 특기자로 다니면 등록금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딱 그 만큼의 돈을 후원금으로 내라고 했다. A는 후원금을 낼 형편도 안돼 더욱 애가 탄다. A는 “이렇게 썩었는지 정말 몰랐다”고 했다.

어느 명문 대학의 운동부. 학부모들이 총장실까지 쳐들어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홍역을 치렀다. 그 감독이 졸업반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감독은 학부모와 언쟁을 벌이다 언어로 성추행을 했다. 학부모가 이를 녹취해 학교에 제출했고, 학교는 그를 해임했다. 그러자 그 감독을 따르는 다른 학부모들이 또 학교로 쳐들어갔다. 그 감독이 했던 언어 성폭력은 한동안 그 종목에서 유행어처럼 회자됐다.

또 다른 스포츠. 감독과 선수 어머니가 이상한 관계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성인 남녀의 애정문제라 두 사람이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 사실을 학생과 동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안다는 것이 문제다. 그 선수가 제대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이 종목은 선수와 부모, 지도자 사이에 이런 종류의 추문이 너무 많다.

요즘 우리 학원스포츠에서는 건전한 상식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운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특히 자식을 운동선수로 만든 죄로 당하는 학부모의 피해가 너무 많다. 툭하면 술자리에 불러내고 로비를 해야 한다며 돈을 요구하는 감독은 그나마 양반이다. 선수의 어머니들이 매일 학교에 나가 감독의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 가정부도 그렇게 힘들게 일하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을 보고 자란 어린 선수들이 과연 지도자를 존경할 것인가. 우리 선수들이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감독 심판을 존경하지 않는 것은 어릴 때 이런 꼴을 너무 가까이서 보아왔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통한 교육을 강조하는 학원스포츠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학원스포츠는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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