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대우 원한 여오현, 만난지 50분만에 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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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22일 07시 00분


현대캐피탈에 새 둥지를 튼 리베로 여오현(오른쪽)이 안남수 단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에 새 둥지를 튼 리베로 여오현(오른쪽)이 안남수 단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 프로배구 여오현 핸대캐피탈행 막전막후

20일 오전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휴대전화는 바빴다. 2차 FA협상 마감을 앞두고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많았다. 방인엽 사무국장에게는 “빨리 이강주 영입을 마무리하라”고 했다. 드림식스와 1차 협상이 결렬된 뒤 이번 이적시장에서 가장 주가가 오른 선수였다. 리베로가 필요한 현대캐피탈이 접촉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3년에 10억원 대우를 원한다는 소문이 배구계에 퍼졌다. 그러나 이강주는 친정팀 삼성화재를 선택했다. 신 감독은 베테랑 석진욱을 대신할 수비형 레프트 옵션으로 이강주를 원했다. 현대캐피탈은 팀에 레프트가 많아 이강주가 원하는 포지션 이동을 해줄 수 없었다. 이강주의 삼성화재행이 결정나자 현대캐피탈이 급해졌다. 1차 협상에서 삼성화재와 도장을 찍지 못한 리베로 여오현을 향한 공세에 들어갔다. 신 감독은 이 사실을 알고 문자를 보냈다. “원하는 액수를 채워주지 못해 아쉽더라도 함께 하자”는 내용이었다. 답은 없었다.

그 시간 현대캐피탈이 움직였다. “오후 3시에 영입한다는 최종결정을 내렸다. 이전에 단 한 번 만났는데 여오현으로부터 먼저 전화가 왔다. 4시30분에 만났다. 도장을 찍은 것이 5시20분이었다. 팀 내 최고연봉을 받지 못해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다. 우리로서는 의외였지만 삼성화재의 독주를 막아야 했다”고 안남수 단장은 영입 배경을 털어놓았다.

오후 6시. 2차 협상이 종료됐다. 현대캐피탈은 보도자료와 함께 여오현이 안 단장과 함께 찍은 사진도 돌렸다. 여오현은 현대캐피탈과 계약을 마친 뒤 신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 감독은 받지 않았다. “서로 불편할 것 같아 일부러 그랬다. 나중에 문자가 왔다. ‘감독님 죄송하다’고. 이해한다고 했다. 프로 세계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번 2차 협상의 결과를 신 감독은 이렇게 정리했다. “이강주는 삼성화재에 오고 싶어 했고, 여오현은 선수생활 막판에 좋은 대우를 선택했다.”

상황이 끝나자 신 감독의 계산이 시작됐다. 이강주 영입과 여오현 이적이 가져다줄 팀 전력의 변화를 평가했다.

“우리로서는 손해볼 것이 없다. 감독은 항상 최악의 경우를 머리에 두고 있어야 한다. 이강주는 레프트로도 쓸 수 있는 옵션이다. 리베로를 아무나 레프트로 쓸 수 없다. 이 옵션을 두고 리베로를 찾아보겠다. 항상 나만 좋을 수 없다.”

이제 관심은 삼성화재 현대캐피탈이 내야하는 보호선수 명단으로 이동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처음 나온 상황에 대해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렸다. 6월1일 낮 12시에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에, 삼성화재는 드림식스에 FA선수를 포함한 4명의 보호선수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삼성화재와 드림식스는 사흘내로 선수와 금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선수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여오현이 빠져 우리는 보호선수가 간단해졌다”고 했다. 만일 두 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삼성화재는 드림식스가 원하는 선수를 지명해 넘겨주는 삼각트레이드를 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은 센터에 자원이 많다. 드림식스는 박상하의 군입대로 센터가 필요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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