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돌아온 터프가이 김남일… “중원 청소 부탁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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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운명의 3연전’ 대표팀 명단 발표
金, 인천 돌풍 이끌며 제2전성기… 3경기 다 뛰면 센추리클럽 가입

“적지 않은 나이라서 후배들에게 미안하지만 팀을 위해 희생하는 본보기가 되겠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영웅 ‘진공청소기’ 김남일(36·인천 유나이티드·사진)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후 3년여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최강희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16일 발표한 레바논(6월 5일) 우즈베키스탄(6월 11일) 이란(6월 18일)과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연전 대표팀 명단에 김남일의 이름 석 자가 선명히 적혀 있었다. 최 감독은 “김남일이 지난해 말부터 인천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 왔기 때문에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일은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선 남아공 월드컵 조별예선 나이지리아전에서 큰 실수를 했다. 한국이 2-1로 앞선 후반 19분 교체 출전한 그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반칙을 해 페널티킥을 내줬다. 나이지리아의 페널티킥 성공으로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한국은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냈지만 팬들은 결과에 상관없이 불필요한 반칙을 한 김남일을 맹비난했다. 김남일은 “후배들을 격려하고 다독거려야 했는데 오히려 위로를 받는 처지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월드컵이 끝난 뒤 더이상 그는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함을 바탕으로 태극마크를 되찾았다. 김남일은 러시아 등에서의 선수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인천에 입단했다. 체력은 전성기에 비해 떨어졌지만 노련미와 근성은 여전했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김남일이 악착같이 뛰다보니 자극받은 후배들도 최선을 다한다”며 뿌듯해했다. 약체로 여겨졌던 인천은 김남일의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 시즌 중반 이후 19경기 연속 무패(12승 7무) 행진을 벌였고, 올 시즌에도 6위에 올라 있다. 이를 눈여겨본 최 감독은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시티)의 대체자로 김남일을 선택했다. 최근 부상으로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한 데다 경고 누적으로 레바논전에 출전이 불가능한 기성용은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3월 발표됐던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던 박주영(셀타비고)은 이번에도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승점 11)에 이어 최종예선 A조 2위에 올라 있는 한국(승점 10)은 다음 달 5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리는 레바논과의 방문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3위 이란, 4위 카타르(이상 승점 7)가 맹추격하고 있는 만큼 본선 직행을 위한 최종예선 조 1, 2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승점 추가가 절실하다. 대표팀 최고참이 된 김남일은 “철저한 몸 관리와 축구 감각을 유지한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든 대표팀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다”며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현재 A매치 97경기에 출전한 김남일은 다음 달 예선 3경기를 모두 뛸 경우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뛴 선수) 가입’이라는 선물까지 받게 된다.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25명)

△골키퍼=김영광(울산) 정성룡(수원) 이범영(부산) △수비수=김치우(서울) 박주호(FC바젤) 정인환(전북) 김기희(알사일리야) 곽태휘(알샤밥) 장현수(FC도쿄)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신광훈(포항)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미드필더=이명주(포항) 한국영(쇼난 벨마레) 이근호(상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김남일(인천) 이승기(전북) 박종우(부산) 황지수(포항) 이청용(볼턴) 손흥민(함부르크) 김보경(카디프시티) △공격수=김신욱(울산) 이동국(전북)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김남일#대표팀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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