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 실업팀 가서 할머니 편히 모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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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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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기 출전 이선경-민선 자매, 경북관광고-문경서중 우승 이끌어

어려운 환경에서 정구로 희망을 키우고 있는 이선경(경북관광고·왼쪽)-민선(문경서중) 자매가 7일 경북 문경국제정구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자매는 제91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에 출전해 각각 모교에 우승컵을 안겼다. 문경=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어려운 환경에서 정구로 희망을 키우고 있는 이선경(경북관광고·왼쪽)-민선(문경서중) 자매가 7일 경북 문경국제정구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자매는 제91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에 출전해 각각 모교에 우승컵을 안겼다. 문경=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세상이 어둡다 저주하지 말고 당신이 먼저 작은 촛불을 켜세요.”

테레사 수녀의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선경(경북관광고 3학년), 이민선(문경서중 3학년) 자매에게는 하얀 정구공이,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촛불이다. 자매는 7일 문경국제정구장, 문경공고에서 열린 제91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둘째 날 경기에서 각각 모교에 우승컵을 안겼다. 자매는 허리가 불편한 70대 할머니하고 연탄을 때는 집에서 산다. 부모님은 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래도 정구 실력은 또래 중 전국 1, 2위를 다툰다.

민선이는 이날 열린 여자 중학부 개인전 복식 경기에서 우승을 ‘양보’했다. 결승에서 같은 학교 팀을 만나 기권을 한 것. 민선이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회장기 때 3관왕 해서 괜찮다”며 “대신 단식에서는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선이는 언니가 들고 다니는 라켓이 신기해 보여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정구를 시작했다. 선경이는 “솔직하게 말하면 초등학교 3학년 때 수업 빼준다는 말에 혹해서 시작했다. 노는 걸 정말 좋아해서 정구 안 했으면 날라리가 됐을 것 같다”고 웃으며 “빨리 실업팀에 가서 할머니한테 효도하고 동생도 운동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자매는 한 손에는 라켓을, 다른 한 손에는 서로의 손을 쥐고 웃으며 뛰어갔다.

한편 이날 열린 남자 일반부 준결승에서는 창녕군청과 문경시청이 결승에 진출했다. 여자 일반부 준결승에서는 안성시청과 NH농협은행이 각각 승리를 거뒀다. 8일 열리는 남녀 일반부 결승전 경기는 대한정구협회 인터넷 홈페이지(softtennis.sports.or.kr)에서 생중계한다.

문경=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정구#동아일보기#이선경#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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