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없는 포항 ‘스틸타카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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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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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사식 짧은 패스로 점유율 높여
K리그 초반 10경기 무패행진 선두

막강한 미드필더의 힘을 앞세운 포항 스틸러스의 ‘스틸타카’가 올 시즌 초반 K리그 클래식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스틸타카는 포항 스틸러스의 팀 이름과 스페인 프로축구 FC 바르셀로나(바르사)의 패스축구를 뜻하는 ‘티키타카(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표현한 스페인어)’를 합친 말이다.

올 시즌 포항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지 않고 국내 선수로만 선수단을 구성했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축구계 일각의 우려에도 황선홍 포항 감독은 2월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유소년 출신의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황 감독은 개막 후 리그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자신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6일 현재 포항은 국내 선수들 간의 화려한 패스축구를 앞세워 무패(6승 4무)로 선두에 올라 있다.

포항은 황진성, 이명주 등 미드필더의 간결한 패스를 통해 공격을 전개한다. 상대 진영에서는 볼 점유율을 높인 뒤 공격수와 미드필더가 빠르고 정교한 패스를 주고받으며 순식간에 상대 수비 조직력을 무너뜨린다. 바르사가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인 뒤 리오넬 메시를 비롯한 공격수의 침투를 통해 골을 넣는 방식과 유사하다.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포항 선수들은 개인 기술이 뛰어난 데다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들이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이 좋아 유기적인 공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득점력까지 갖춘 황진성과 이명주는 나란히 3골씩을 터뜨리며 최전방 공격수들이 부진할 경우 ‘해결사’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포항 산하 유소년 클럽 출신 선수들이 팀의 주축을 이뤘다는 점은 패스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포항은 1군 선수 32명 중 15명(황진성, 이명주 등)이 18세 이하 유소년 클럽(포항제철고) 출신이다. 5일 성남전(1-0 포항 승)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황진성은 “우리는 가족 같은 분위기라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한다”며 포항의 끈끈한 조직력을 자랑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패스축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포항은 어려서부터 손발을 맞춰온 유소년 출신 선수들이 팀의 핵심이기 때문에 패스축구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토종 패스축구의 완성’이라는 포항의 꿈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현실화되고 있다. 포항이 시즌 초반의 상승세를 발판으로 삼아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왕좌에 오른다면 국내 프로축구의 새로운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포항 스틸러스#스틸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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