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선발로만 등판’ 계약때 아예 못박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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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해설위원 “의무조항 확인”
불펜-마이너 강등 가능성 없는셈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을 선발로만 쓸 수 있다. 계약서에 류현진의 불펜행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방송중계차 류현진을 만나고 돌아온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24일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다저스와 맺은 계약내용을 보면 류현진의 선발 기용이 의무조항으로 들어가 있다”며 “이 사실이 국내에서 확인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시범경기 초반 류현진이 부진하자 LA 다저스 홈페이지를 비롯해 국내 언론에서도 류현진의 불펜행을 거론하는 내용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계약을 위반하는 것으로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류현진 계약에는 팀이 원할 때 선수를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수 있는 마이너리그 옵션도 빠져 있기 때문에 류현진은 일단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 충분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 다저스가 류현진을 메이저리그 선발로 쓰지 않으려면 웨이버 공시를 통해 다른 팀으로 보내야 한다.

류현진의 사례처럼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계약서를 뜯어보면 재미있는 조항이 여럿 숨어 있다. 마쓰자카 다이스케(33)는 2006년 보스턴과 계약하면서 등번호(18번)를 보장한다는 조항을 넣었고, 스즈키 이치로는 2007년 시애틀과 연장 계약하면서 집세 부담을 구단에 떠넘겼다.

스타 선수들은 ‘트레이드 거부권’을 넣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특정 팀으로는 나를 트레이드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못 박는다. 특히 올스타로 다섯 번 뽑힌 필라델피아의 2루수 체이스 어틀리는 해마다 자신이 가기 싫은 팀을 바꿨다. 지는 것을 너무 싫어해 약체 팀으로 옮기기 싫은 이유 때문이었다.

‘뉴욕의 연인’ 데릭 지터(39)가 뉴욕 양키스하고 맺은 계약도 독특하다. 지터는 올 시즌 3년 계약이 끝난다. 지터가 원한다면 내년에도 계속 양키스에서 뛸 수 있다. 반면 구단은 지터에게 1년 더 뛰어달라고 사정할 수 없다. 만약 지터가 계속 선수생활을 한다면 연봉 800만 달러(89억4160만 원), 은퇴하면 ‘퇴직금’ 명목으로 300만 달러(33억5310만 원)를 일시불로 받는다.

연금형도 있다. 외야수 보비 보니야(50)는 1999년 뉴욕 메츠와 계약하면서 방출되면 잔여 연봉을 2011년부터 25년 동안 연리 8%로 분할 지급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그는 이듬해 방출됐고 2년전부터 매년 7월 1일이면 119만 달러(13억3000만 원)를 받는다.

커트 실링(47)은 2008년 보스턴 소속 시절 여섯 차례에 걸쳐 불시 체중 측정을 받았다. 팀이 정한 체중 목표를 지키면 200만 달러를 추가로 받기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 수비를 거의 하지 않는 애덤 던(시카고 화이트삭스)은 올해 골드글러브상을 받으면 2만5000달러를 보너스로 받는다.

한편 류현진과 다저스 제2 선발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채드 빌링슬리는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게 돼 올 시즌을 접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류현진#계약#의무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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