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버린 김학민, 4세트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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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8일 07시 00분


대한항공 김학민. 스포츠동아DB
대한항공 김학민. 스포츠동아DB
4월 입대…마지막 부담에 초반 부진
4세트 평정심 되찾고 팀 역전승 공헌


대한항공 김학민(사진)에게 이번 포스트시즌의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시리즈를 마친 뒤 4월에 공익근무 요원으로 입대한다.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의지가 강했다. 15일 플레이오프(PO) 미디어데이 때도 그런 각오를 보여줬다. 한국의 독특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 선수 마틴은 동료의 입대 소식에 이렇게 말했다. “내 나라 슬로바키아는 조그만 나라라서 다른 나라에서 침략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군에 입대할 필요가 없다. 김학민이 병역을 마치고 돌아오면 가족과 함께 슬로바키아에 초대해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17일 현대캐피탈과 PO 1차전 3세트까지 김학민은 9점 밖에 올리지 못했다.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고비에서 서브미스로 팀의 흐름을 이끌지 못했고, 연결도 나빴다. 김종민 감독대행은 김학민의 부진이 계속되자 3세트 도중 조국기와 교체시켰다. 그렇다고 계속 벤치만 지키게 할 수도 없었다.

김학민의 부진은 한마디로 욕심이었다. 팀의 주축선수로 뭔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었다.

이번 PO를 앞두고 김상우 MBC스포츠+해설위원은 이런 말을 했다. “큰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지나친 긴장”이라고 했다. 김학민은 “1세트부터 몸이 무거웠다. 전날 연습 때는 안 그랬는데 왜 그런지 나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만일 이런 상태에서 대한항공이 1차전을 넘겨주고 말았다면 김종민 감독대행은 큰 고민을 할 뻔했다. 주력선수가 반드시 제 몫을 해줘야만 승리로 가는 길이 보이는 포스트시즌이다.

다행히 김학민은 4세트 후반부터 스스로 길을 찾아냈다. 세터 한선수에게 “마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계속 공을 올려달라”고 하면서 기회를 엿봤다. 결국 그 기다림은 5세트에서 귀중한 승리를 가져왔다.

김학민이 이번 PO 1차전에서 배운 것은 바로 평정심의 중요성이다. 바다 같이 흔들리지 않는 마음, 이것이 스타 선수들이 빅게임 때 가져야할 첫 번째 덕목이다.

천안|김종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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