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가 13일 대한항공을 3-0으로 완파하며 정규리그를 마쳤다.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덕분에 10일 약체 KEPCO전에서 주전들을 모두 빼며 여유를 보였던 삼성화재였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날 수도 있는 대한항공을 상대로는 작은 틈도 보이지 않았다.
올 시즌 삼성화재에서 최근 3년 연속 팀의 우승을 이끌며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불렸던 가빈(러시아 이스크라)의 공백은 찾을 수 없었다. 레오 덕분이다. 그는 대한항공전에서 65.5%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앞세워 양 팀 최다인 24점을 퍼부으면서 코트를 지배했다.
가빈은 한국에서 뛴 첫 시즌(2009∼2010)에 프로배구 최초로 1000점(1110점)을 돌파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레오는 올 시즌 867점을 올렸다. 경기 수가 적긴 했지만 세트 평균 득점 역시 8.1점으로 가빈의 첫 시즌(9.1점)에 못 미친다. 하지만 득점을 제외한 다른 부문에서는 2009∼2010시즌의 가빈을 앞섰다. 특히 모든 감독이 외국인 선수의 최고 미덕으로 꼽는 공격 성공률에서는 역대 최고인 59.7%를 기록했다. 레오는 세트 평균 서브 에이스도 0.56개로 가빈의 첫 시즌(0.36개)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고, 퀵오픈 공격 성공률에서 75%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후위 공격 성공률(60.5%)도 역대 외국인 선수 가운데 최고다. 레오는 정교함에서 가빈을 크게 앞선다.
가빈과 비교했을 때 레오의 또 다른 장점은 수비다. 올 시즌 리시브 성공이 84개나 된다. 가빈은 2개에 불과했다. 물론 가빈은 포지션이 라이트라 레프트인 레오와 달리 웬만해선 리시브에 가담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토종 공격수 박철우가 가빈과 같은 라이트이기 때문에 가빈과 박철우가 함께 기용될 때는 수비에 문제점이 종종 드러났다. 레오는 이런 면에서 현재의 삼성화재에 훨씬 적합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처음에는 파워 면에서 가빈에게 크게 뒤졌다. 하지만 집중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77kg이던 몸무게를 85kg 전후로 늘리면서 근력이 크게 향상됐다. 게다가 가빈이 수비가 약했던 데 비해 레오는 그렇지 않다. 배구 센스도 아주 뛰어나다. 모든 것을 종합하면 팀에 대한 기여도는 가빈보다 낫다. 가빈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현재 둘 중 한 명을 고르라고 하면 레오를 선택할 것이다. 내년에도 레오와 함께할 생각이다. 근력 보강에 재미를 붙인 레오가 다음 시즌에는 훨씬 더 무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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