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풀어본 2012~2013 V리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3월 14일 07시 00분


■ ‘겸병필승’ 삼성화재, 노병은 살아있다

2012년 11월3일 삼성화재-KEPCO, 인삼공사-현대건설 경기를 시작으로 대장정에 들어간 2012∼2013시즌 V리그 대장정이 13일 막을 내렸다. 남녀 12개 팀이 5개월 동안 많은 명승부와 기록을 탄생시키며 봄 배구에 나갈 6개 팀을 가렸다. 이번 시즌 각 팀 선수와 지도자 프런트가 땀과 열정, 조바심으로 만든 스토리를 사자성어로 정리해봤다.

여자부1위 IBK, 괄목상대 땀의 결실
‘현대 남매’는 천신만고 끝에 PO행
KEPCO·KGC 속수무책 연패 시즌
추풍낙엽 4명의 감독, 씁쓸한 퇴장


러시앤캐시

고진감래(苦盡甘來) : 고생 끝에 낙이 옴


러시앤캐시는 2년간 주인이 없어 방황했다. 다른 팀처럼 풍족하게 지원도 해주지 못했다. 오직 젊은 선수들의 힘과 베테랑 감독의 수완을 믿었다. 초반 연패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일어서서 시즌 마지막까지 PO 티켓을 노렸다. 팀의 새로운 주인도 나왔다. 이제 고생은 끝났다.

삼성화재

겸병필승(謙兵必勝) : 겸손한 병사가 반드시 전쟁에서 이김


누구도 삼성화재를 우승 후보로 꼽지 않았다. 경험은 많지만 이제는 선수들이 나이 들어 힘이 떨어졌다고 믿었다. 주포 가빈도 떠났다. 그러나 늙은 노새가 힘은 없어도 가는 길은 많이 알았다. 겸손하게 시즌을 준비한 베테랑들은 결코 지지 않았다.

현대캐피탈 현대건설

천신만고(千辛萬苦) : 온갖 고생을 하고 애를 씀


남들이 모두 인정하는 탄탄한 전력이었지만 남매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승점 1에 애태우다 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서 PO 티켓을 따냈다. 여자부 현대건설은 초반 부진 속에서 도로공사와 마지막까지 피 말리는 경쟁 끝에야 웃었다.

GS칼텍스

읍참마속(泣斬馬謖) : 큰일을 위해 사사로운 정을 물리침

우승이라는 대의를 위해 사랑하는 친구를 버렸다. 애주가 이선구 감독에게 이번 시즌은 자신의 배구인생을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한 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아무 것도 이뤄놓은 것이 없었기에 금주(禁酒)를 선언하고 전쟁에 나섰다. 이제 마지막 승부가 다가오고 있다.

IBK기업은행

괄목상대(刮目相對) : 눈을 비비고 볼 정도로 실력이 부쩍 늠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최초로 창단 2년 된 팀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 승점 1점 차로 PO 진출 티켓을 놓친 뒤 피나는 훈련을 했다. 경험 많은 선수도 보강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부족한 것이 많기에 더욱 열심히 해서 채운 땀의 결과가 1위였다.

LIG손해보험

백약무효(百藥無效) : 온갖 약을 다 써도 효험이 없음

좋다는 약은 다 써봤다. 비싼 선수도 데려왔다.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연봉도 다 올려줬다. 모두들 이번 시즌만은 된다고 했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팀이 가진 고질병은 이번에도 고치지 못했다. 초반 반짝하다 마지막에 흐지부지하는 그 병이다. 9시즌째 챔피언결정전에 나가보지 못했다.

KEPCO KGC인삼공사

속수무책(束手無策) : 어찌 할 도리나 방책이 없어 꼼짝 못함

시즌 내내 상대 팀의 제물이 됐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었다. 준비가 모자란 팀에 가혹했다. 답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연패는 길어졌다. 여자부 인삼공사는 20연패 뒤에야 간신히 웃었다. 남자부 KEPCO는 25연패를 기록한 뒤 승리해 새로운 기록은 만들지 않았다.

도로공사

만사휴의(萬事休矣) : 모든 일이 헛수고로 돌아감


리그 6라운드 초반까지 도로공사에게 기회는 있었다. 모두들 어렵다고 여겼지만 선수와 감독 사이에는 믿음이 있었다. 코트에서 재미있게 놀아보자며 도로공사 선수들을 잘 다독거리던 어창선 감독이었다. 그러나 지난 1일 최하위 인삼공사에 0-3 완패하며 희망은 사라졌다. 졸전이었다. 왜 그랬는지 여러 소문이 들린다. 적은 내부에 있다. 전쟁을 벌이는 장수를 두고 뒤에서 흔드는 팀에는 미래가 없다.

흥국생명

내우외환(內憂外患) : 안팎의 여러 어려운 일과 근심거리

소속 선수인 김연경과 지난해 말 자유계약 여부를 놓고 송사를 벌였다. 지루한 싸움 때문인지 내부 단속에 소홀했던 느낌이다. 그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 주전 선수가 시즌을 앞두고 배구를 포기했다. 부상자도 여기저기서 속출했다. 선수 부족으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 감독은 교통사고마저 당했다. 지지리도 운이 따라주지 않은 한해. 무엇을 해도 되는 것이 없었던 진퇴양난의 힘든 시즌이었다.

4명의 사라진 감독들

추풍낙엽(秋風落葉) : 가을바람에 흩어져 떨어지는 낙엽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 4명의 감독이 해임됐다. 대한항공 신영철, KEPCO 신춘삼, LIG손해보험 이경석 그리고 공식 발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고통사고 이후 슬그머니 지휘봉을 놓은 흥국생명 차해원 감독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모두 성적부진. 파고들어가 보면 각자 이유가 있다. 어느 누구는 명절에 해고통보를 받았다. 해고는 감독의 숙명이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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