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원흉’ 플래코, 이젠 ‘슈퍼 히어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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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슈퍼볼 진출 실패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쿼터백 조 플래코(28·볼티모어 레이븐스)가 마침내 볼티모어에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슈퍼볼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플래코는 2008년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드래프트 1라운드 18위로 볼티모어의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한 첫해 정규 시즌에서 14개의 터치다운을 만들어내며 팀 내 입지를 탄탄히 한 그는 볼티모어를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결승에 올려놓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하인스 워드(은퇴)가 버틴 피츠버그 스틸러스와의 AFC 결승전에서 3개의 패스를 가로채여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콘퍼런스 최고의 신인으로 불렸던 ‘풍운아’ 플래코는 당시 큰 좌절을 맛보고 쓸쓸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번 시즌 플래코에게 또 한번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정규시즌에서 22개의 터치다운(15위)을 만들어냈고 패싱야드 14위(3817야드)를 기록하며 볼티모어를 AFC 4위에 올려놨다. 볼티모어가 슈퍼볼 정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AFC 4위에 머문 볼티모어는 와일드카드, 디비저널 라운드, AFC 결승에서 차례대로 승리해야 슈퍼볼에 나갈 수 있었다. 산 넘어 산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 모든 산을 넘었다.

플래코는 이 과정에서 치러진 전설적인 쿼터백들과의 맞대결에서 주눅 들지 않고 연전연승했다. 와일드카드전에서 인디애나폴리스 콜츠를 상대로 승리를 이끌어낸 그는 디비저널 라운드에서 ‘세기의 쿼터백’ 페이턴 매닝(덴버 브롱코스)을 압도했고, AFC 결승에서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세 차례 슈퍼볼 정상에 올려놓은 ‘슈퍼볼 쿼터백’ 톰 브래디에게도 판정승했다. 플래코의 장기인 정확한 패스에 상대팀 수비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스포츠전문매체 ESPN의 해설자 론 자워스키는 “플래코는 NFL 선수 중 가장 강한 어깨를 가지고 있다”고 극찬했다.

볼티모어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제47회 슈퍼볼이 열린 4일 미국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의 메르세데스벤츠 슈퍼돔. 이날 플래코는 한번도 가로채기를 허용하지 않고 송곳 같은 패스로 3개의 터치다운을 만들어내며 볼티모어의 34-31 승리를 이끌었다. 팀은 12년 만에 슈퍼볼 정상에 올랐고, 플래코는 슈퍼볼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며 NFL 최고의 쿼터백으로 우뚝 섰다. 그는 “어려운 경기에서 힘겹게 승리했다. 그러나 이것이 볼티모어의 승리 방식이다”라며 웃었다. ‘슈퍼볼 우승’과 ‘MVP’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플래코는 연봉도 잭팟을 터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은 “볼티모어와 재계약을 앞둔 플래코의 몸값이 2000만 달러(약 217억 원)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포스트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볼티모어의 심장’ 레이 루이스(38)는 우승과 함께 ‘아름다운 이별’을 고하게 됐다. 루이스는 13차례 올스타에 뽑혔던 NFL 최고의 수비수. 볼티모어의 중앙 라인배커로 수비진을 이끈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막판 맹공을 잘 막아내 팀 승리를 도왔다. 그는 “솔직히 말해 나보다 완벽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존 하보 볼티모어 감독(51)과 짐 하보 샌프란시스코 감독(50)의 슈퍼볼 최초 형제 사령탑 맞대결에서는 형인 존이 웃으며 ‘형만 한 아우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미국 최고의 스포츠 축제답게 하프타임에는 인기 절정의 흑인 여가수 비욘세가 라이브로 자신의 히트곡을 열창해 팬들을 흥분시켰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3쿼터 종료 13분 22초를 남기고 정전으로 경기장 조명이 꺼지면서 35분 동안 경기가 중단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조 플래코#슈퍼볼#볼티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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