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INTERVIEW] 정현욱 “작년 초 지옥같은 슬럼프로 멘붕 정신과 치료 덕에 자신감 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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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3일 07시 00분


‘대기만성의 표본’ 정현욱은 무려 17년 만에 FA 자격을 얻고, LG에 새둥지를 틀었다. 4년 총액 28억6000만원의 거금을 거머 쥔 그는 “LG에서 홀드왕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LG 유니폼을 입은 국민노예의 모습이 당당하기만 하다. 사진제공|LG 트윈스
‘대기만성의 표본’ 정현욱은 무려 17년 만에 FA 자격을 얻고, LG에 새둥지를 틀었다. 4년 총액 28억6000만원의 거금을 거머 쥔 그는 “LG에서 홀드왕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LG 유니폼을 입은 국민노예의 모습이 당당하기만 하다. 사진제공|LG 트윈스
개막하자마자 홈런 3방 맞고 3패 큰 좌절
정신과 선생님 처방은 ‘네 맘대로 던지세요’
정현욱 피칭 색깔? 공격, 무조건 공격이죠
5년연속 50이닝…많이 던질 수 있어 뿌듯

‘17년만의 새둥지’ LG서 이 악물고 던질것
새 목표요? 9년 연속 50경기·홀드왕 GO!


17년간 삼성에서 뛴 정현욱(34)이 LG 유니폼을 입었다. LG는 4년 총액 28억6000만원을 제시해 FA(프리에이전트) 정현욱을 잡았다. 그는 프로 데뷔 후 17년 만에 FA가 된 대기만성형의 투수다.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온 국민에게 이름을 알렸고, 줄곧 삼성 마운드의 필승조로 활약했다. 최근 5년 연속 50경기 이상 던지며 무려 411이닝을 소화했다.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투수다. 여전히 구위도 좋다. LG 입단 후 그는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악착같이 해서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17년 만의 FA, LG와 4년 계약!

-LG 입단을 축하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대구에 수성못이라고 있습니다. 수십 바퀴를 걸었어요. 삼성에서 마치느냐? 아니면 다른 팀의 생각을 들어볼 것인가?”

-결정하게 된 동기는?

“저는 4년 계약을 요구했고, 삼성은 3년이었죠. 또 하나는 제가 17년 만에 FA가 됐어요. 프로야구선수 가운데 가장 긴 시간이 걸렸죠. 신중하게 하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른 팀 의견도 들어보고 싶었어요.”

-LG와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일단 4년 계약을 수용해주셨죠. 김기태 감독님과는 선수시절 ‘방장’과 ‘방졸’의 좋은 인연도 있고요.”

-17년을 뛴 삼성을 떠나게 됐다.

“제 인생의 반을 삼성에서 뛰었죠. 많은 분들께 고맙고, 죄송하고… 후배들이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악착같이 해서 잘 하고 싶다!

-LG는 정현욱의 리더십과 성실함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평소 하던 대로 할 생각입니다. 타 팀에서 온 선수가 너무 앞서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류중일 감독(삼성)은 정현욱이 있어서 투수조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선수가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한 거죠. 저는 김태한 코치님, 김현욱 코치님을 보고, 그분들께 배웠어요. 또 후배들은 저를 보고 알아서 열심히 하고.”

-가끔 후배들에게 화를 내기도 하잖아?

“후배가 잘못된 길을 갈 때는 따끔하게 충고해야 합니다. 가족 같은 거죠. 큰형이 해야 할 일이 있잖아요.”

-삼성 불펜은 최강이다. 내면적으로 무엇이 강점인가?

“경쟁이죠. 노력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으니까, 모두가 열심히 합니다. 오승환부터 안지만, 권혁, 권오준 다 ‘훈련기계’죠.”

-LG 불펜은 평소 어떻게 생각했나?

“타 팀을 평가해본 적은 없어요. 봉중근이 마무리를 해서 9회가 강해진 느낌은 있습니다.”

-삼성과 다르게 LG는 최근 10년을 4강에 오르지 못했다.

“어느 팀에 가든 야구는 똑같죠. 다만 책임감이 더 생깁니다. 저를 믿고 선택해준 팀인데, 제가 죽기 살기로 해야죠. 악착같이 해서 무조건 잘 하고 싶습니다.”

○9년 연속 50경기 던져야죠!

-올해까지 5년 연속 50이닝 이상을 던졌다. 5년에 411이닝은 많이 던진 게 아닌가?

“사실 좀 많죠. 하지만 저는 많이 던져서 속상한 적은 없어요. 나가고 싶을 때 나가지 못해서 스트레스 받은 적은 있었지만.”

-그래서 구위가 약해졌다는 평도 있다.

“아시아시리즈때 (시속) 153km까지 나왔어요. 개인적으로 구위는 이상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사람이니까, 그 정도 던졌으면 공에 힘이 좀 떨어질 수는 있겠죠.”

-여전히 공에는 자신이 있구나.

“공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면 끝이죠. LG와 계약한 4년 동안 합해서 9년 연속 50경기 해보고 싶네요.”

-훈련 속에서 산다고 들었다. 그게 잘 하는 비결인가?

“공부 잘 하는 학생은 공부 많이 하잖아요. 중요한 건 스스로 하는 거죠. 저는 솔직히 아프지 않기 위해 훈련해요. 아프면 던질 수 없고, 그러면 존재가치가 없어지니까요.”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한다며?

“프로 입단 때 제 몸무게가 72kg이었어요. 힘을 키우기 위해 많이 먹고 웨이트 열심히 했죠. 2년 만에 15kg이 늘더라고요. 습관이 돼서 지금도 빼먹지 않아요.”

○두 달 동안 정신과 치료 받았죠!

-정현욱의 피칭은 무엇인가?


“공격이죠. 투수는 자기의 무기로 타자를 계속 공격해야 합니다.”

-2009년 WBC처럼?

“그 때는 신이 나서 던졌죠. ‘맞아도 상관없다’는 마음. 더 좋은 투수들이 뒤에 있으니까 걱정도 없었고.”

-지난해 초반 고비가 있었다.

“제 멘탈에 이상이 생겼죠. 개막하자마자 6경기에서 홈런을 3개나 맞고, 3패를 당했어요. 그 전해 70이닝 던지면서 맞은 홈런수와 같았죠.”

-많이 힘들었나?

“상당히 힘들었죠. 마운드에 올라가니까 포수가 안 보여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떨어뜨리고, 자신감이 없고. 제가 야구를 못 할 때도 그런 기분은 아니었거든요.”

-어떻게 극복한 건가?

“두 달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어요. 그 때 의사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죠. ‘정현욱 선수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결과를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라고요.”

-잊지 못할 경험이구나.

“그 이후로 저 홈런 2개 맞았어요. 지난해 4월부터 올 시즌까지. 한번 지옥으로 떨어져보니까, 마운드가 또 새롭더라고요.”

-신인들에게 자주 해주는 말은 무엇인가?

“네가 제일 잘 던지는 공을 던져서 맞아라. 심창민이나 정인욱 같은 선수들은 직구가 좋거든요. 어정쩡한 변화구 던지지 말고, 직구로 승부하라고 하죠.”

○홀드왕 목표! 책임감 갖고 던져야죠!

-LG에서 4년을 보장받았다.


“(프로) 입단할 때 제가 20년을 선수로 뛸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제 자신에게 잘 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내년 목표는 무엇인가?

“늘 꿈은 홀드왕이었어요. 제가 2위만 두 번 했는데, 꼭 한번 해보고 싶네요.”

-LG는 삼성과 다르다. 10년 동안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어딘가 모자람이 있었겠죠. 승부는 결국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진 팀이 이기는 거잖아요.”

-LG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준비 잘 해서 씩씩하게 던지겠습니다. 그동안은 ‘열심히 하자. 최선을 다하자’ 였는데, 이젠 ‘악착같이 해서 이기자’는 마음으로 준비하겠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십시오.”

정현욱은?

▲생년월일=1978년 12월 2일
▲키·몸무게=187cm·85kg(우투우타)
▲출신교=장안초∼건대부중∼동대문상고
▲프로 경력=1996년 신인드래프트 삼성 2차 3번(전체 21순위) 지명·입단∼2012년 11월 17일 LG와 4년 총액 28억6000만원에 FA 계약
▲2012년 성적=54경기 62.2이닝 2승5패3홀드 방어율 3.16
▲통산성적=422경기 725.1이닝 46승37패21세이브69홀드 방어율 3.66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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