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가 다시 뛴다, 배구인 자존심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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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0일 07시 00분


강만수 경기운영위원장은 전국을 누비면서 프로배구 V리그가 순항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강만수 경기운영위원장은 전국을 누비면서 프로배구 V리그가 순항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한국 배구 ‘왕년의 스타’ 강만수(57)가 현장으로 돌아왔다. 벤치가 아니다.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장 직함을 달고서다.

10월 말 경기운영위원장에 선임된 그는 최근 개막한 NH농협 2012∼2013 프로배구 V리그 현장을 부지런히 누비고 있다. 인천-수원-천안-대전-구미 등 전국을 누비는 출장 스케줄이 빠듯해 힘들 법도 한데 매 순간이 즐겁다고 한다.

경기운영위원장은 V리그 경기 운영과 관련한 전반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다.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코트를 누비는 제자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플레이를 살피는 감독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코트 안팎의 모든 상황을 정리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대비한다. 경기 보고서 작성과 검토도 경기위원장 소관이다.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강 위원장은 이른 시각 체육관을 찾는다. 그의 공식 업무는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본격화되고, 관중이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계속된다. 경기 없는 월요일만 쉴 뿐 금요일에도 KOVO 사무실에서 경기위원들과 함께 경기 영상을 돌려보고 미팅을 하며 문제점들을 되짚는다. 강 위원장은 “관찰자 입장이다. 제3자라고 볼 수 있지만 현장에 깊숙이 관여된 3자다. 불미스런 일을 해결하는 것도, 애초에 (사고) 여지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강 위원장은 배구계를 떠나려 했다. 남자국가대표(1997) 현대자동차서비스(1993∼2001) 감독, 대한배구협회 강화위원장(2008) 등 현장과 행정의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2009년 6월부터 작년 3월까지 KEPCO45(현 KEPCO 빅스톰)를 이끌었지만 돌아온 건 경질이란 불명예였다. 표면적 사유는 성적부진이다. 현장을 떠난 후 그는 한 회사의 고문으로 활동해왔다.

“(감독을) 떠나고 보니, 그런 일(승부조작)이 있었더라. 황당했다. 회한에 배구판을 떠나려 했다. KOVO의 연락을 받은 뒤에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경기운영위원장을 받아들인 이유는 딱 하나.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산다’는 생각에서다. 배구인으로서 자존심 회복, 배구 감독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포부도 있다.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명예를 되살릴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 먼저 경기운영위원장 역할에 충실하겠다. 계속 현장 감각을 이어가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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