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 허허실실 지독한 승부사 “내기하면 마누라도 안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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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6일 07시 00분


삼성 류중일 감독은 항상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속에는 뜨거운 승부욕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열정은 지난해 사상 첫 아시아시리즈 제패, 그리고 한국시리즈 2연패로 이어졌다. 스포츠동아 DB
삼성 류중일 감독은 항상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속에는 뜨거운 승부욕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열정은 지난해 사상 첫 아시아시리즈 제패, 그리고 한국시리즈 2연패로 이어졌다. 스포츠동아 DB
류중일의 리더십을 말한다

1. 사람 좋으면 꼴찌라고?
2. 귀가 왜 2개인지 아십니까?
3. 기다리면 복이 오나니
4 미소 속에 숨은 승부욕
5. 변하면 류중일이 아니다!

시즌 우승 확정 후에도 악착같이 승리
어린시절 동네 딱지 다 따야 직성 풀펴
선수들 평가 잣대도 무조건 승부근성
“골프도 당구도 바둑도 지고는 못살아”


삼성 류중일 감독은 항상 “허허” 웃는다. 속이 썩는 일이 생겨도 남들 앞에선 좀처럼 티를 내지 않는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는 사람처럼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미소 뒤에는 독사보다 무섭고, 용광로보다 뜨거운 승부욕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은 10월 1일 잠실 LG전에서 승리해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했다. 그리고도 삼성은 4일 대구 SK전까지 잡아 7연승 가도를 달렸다. 시즌 최종 2연전인 KIA전을 치르기 위해 광주로 이동했다. 그런데 5일 0-5로 완패하면서 연승행진이 끝났다. 당시 삼성 한 관계자의 증언이다. “KIA에 완패한 다음날 점심시간이었어요. 감독님이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코칭스태프와 식사를 하면서 김성래 수석코치가 미리 작성해온 그날의 선발 라인업을 받았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또 질라고 하는 겁니까’라고 딱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곧바로 그날 선발 라인업은 전면 수정됐다. 광주에 온 선수 중 베스트 멤버로 짜여졌다. 결국 시즌 최종전에서 4-3 승리를 거뒀다. 사실 삼성으로선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인 자투리 경기. 그러나 승부욕 하나로 살아온 류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프로에서 일부러 져주려고 경기하는 게 어딨습니까. KIA 쪽이나 KIA 팬들은 어떻게 생각하셨을지 모르지만, 한 명의 팬이라도 돈을 주고 오셨다면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게 그 팬에 대한 예의 아니겠습니까.”

실제로 류 감독의 지독한 승부욕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삼성 모 코치는 “코칭스태프하고 골프를 칠 때 코치들한테 한번쯤 져줘도 어떨까 싶은데 감독님은 지고 나면 얼굴이 벌게지신다. 당구도 그렇고, 장기, 바둑, 오목을 둬도 내기가 걸리면 양보가 없다. 돈을 딴 다음에 돌려주더라도 일단 이기고 본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이런 자신의 승부욕이 어릴 때 형성됐다고 털어놨다. 세 살 위의 형이 동네 구슬치기, 딱지치기에서 다 잃고 집에 돌아오면 그가 나서서 형이 잃은 몫까지 다 따왔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가 항상 ‘이 동네 딱지하고 구슬은 우리 창고에 다 모여 있다’고 말씀하셨다. 지금도 난 내기를 하면 내 마누라도, 내 아들도 안 봐준다”며 웃었다.

어릴 때부터 체격이 작았던 그가 야구선수로 계속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데는 오기와 승부근성이 없고선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승부욕. 뭔가를 이루고자하는 ‘간절함’의 또 다른 말이다. 자신의 승부욕이 이럴진대 그는 선수들을 평가할 때도 승부근성을 첫 번째 기준으로 본다. 반대로 가장 싫어하는 선수는 승부욕이 없는 선수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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