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날개 꺾인 손연재… 누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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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 스포츠레저부 기자
유근형 스포츠레저부 기자
‘리듬체조 간판’ 손연재(18·세종고)는 17일 인천공항에서 허탈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 챔피언십’ 선수 등록을 위해 현지로 출국할 예정이었는데 대한체조협회가 대회 조직위에 일방적으로 손연재의 불참을 통보하면서 완전히 틀어진 것이다. 손연재는 초청 비행기표의 취소 사실도 공항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이날의 어이없는 해프닝은 협회와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의 갈등이 빚은 촌극이었다. 특히 협회가 IB스포츠에 빼앗겼던 손연재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몽니를 부렸다는 게 중론이다. 손연재가 협회에서 권유한 일본 이온컵(9월 28∼30일) 출전을 거부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얘기도 나온다.

협회는 ‘선수 보호’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다. 협회 소정호 사무국장은 “손연재는 부상 중이다. 또 세리에A는 국제체조협회(FIG)나 이탈리아체조협회가 주최하는 대회가 아닌 지역 이벤트성 대회에 불과하다. 더구나 어떤 대회도 선수가 직접 개최지에 가서 선수 등록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리에A는 지난해 ‘여왕’ 예브게니야 카나예바, 다리야 콘다코바(이상 러시아) 등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했던 톱클래스 대회다. 올해도 러시아, 아제르바이잔의 상위 랭커들이 대거 참가할 예정이다. 손연재 측은 “현지법에 따라 유럽 선수들도 선수 등록을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한다. 세리에A에 참가하기 위해 스페인 독일 등 여러 대회의 제안을 사양했는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며 아쉬워했다.

소 국장은 “손연재는 연예인이 아니라 협회 소속 선수다. IB스포츠가 끼어들어 상업적으로 이용만 하고 절차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협회가 갈라쇼에 소속 선수를 보내는 조건으로 4000만 원을 챙기는 등 ‘손연재 효과’는 한껏 누리면서 상업성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지적했다.

런던 올림픽 이후 협회 및 대한체육회의 각종 행사에 동원됐던 뜀틀 영웅 양학선(20·한국체대)은 “이렇게 통제된 상황에선 운동하기 싫다”며 괴로워했다. 시대가 달라졌는데 협회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아쉬움의 토로였다.

선수들에게 날개를 달아줘야 할 협회가 오히려 족쇄를 채우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유근형 스포츠레저부 기자 noel@donga.com
#손연재#대한체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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