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명 뛴 이란에 패배… 지옥門 닫을 기회 날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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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원정 징크스 못깨… 월드컵예선 아슬아슬 組선두

최강희호(號)가 ‘지옥’의 이란 방문 경기를 ‘천국’으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17일(한국 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0-1로 패했다. 대표팀은 역대 A매치 이란 방문 무승(2무 3패)의 징크스를 이어갔다. 대표팀의 전체적인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확실한 해결사’와 ‘유기적인 공격 전술의 변화’가 없었다.

한국의 주 공격 루트는 처진 스트라이커 김신욱(울산·196cm)이 탁월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따낸 공중 볼을 최전방 스트라이커 박주영(셀타비고)이 마무리 짓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호흡을 맞춘 시간이 짧았고 비슷한 공격 성향을 지닌 탓에 움직임이 겹쳐 공격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김신욱은 미드필더보다는 공격수에 가까웠다. 이는 중원 싸움에서 전문적인 미드필더 3명을 배치한 이란에 숫자상으로 밀리는 결과를 낳았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중앙에서 점유율을 가져갈 선수가 한 명 줄다보니 미드필더를 통한 패스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고 긴 패스 위주의 공격이 펼쳐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전반전에만 두 차례 골대를 맞히는 불운까지 겹쳐 좀처럼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한국은 0-0으로 맞선 후반 10분 이란의 마수드 쇼자에이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11 대 10의 수적 우세 속에서 경기를 펼쳤다. 밀집된 이란 수비를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세밀한 패스와 함께 측면에서 빠른 돌파를 시도하는 것이 필요했지만 한국은 계속해서 김신욱의 머리를 겨냥한 긴 패스 위주의 단순한 공격을 펼쳤다. 이를 간파한 이란은 쉽게 한국의 공격을 막아냈다.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공격 숫자를 늘리고 사이드 쪽으로 공을 보내 골 찬스를 만들라고 했는데 전달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측면 공격수로 나선 김보경(카디프시티)과 이청용(볼턴)은 최근 소속팀에서의 결장으로 생긴 경기력 저하가 눈에 띄었다. 포백 수비 라인은 후반 30분 이란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집중력 부족으로 자바드 네쿠남에게 골을 허용해 아쉬움을 남겼다.

2승 1무 1패(승점 7·골득실 +5)가 된 한국은 2위 이란(승점 7·골득실 +1)에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에서 4골 앞선 불안한 선두가 됐다. 한국은 남은 최종예선 4경기 중 3경기가 안방에서 열려 일정상으로는 비교적 브라질행에 유리하다. 최 감독은 “이란전 결과에 실망하지 않고 남은 안방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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