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아버지의 이름으로…봉중근 “WBC 꼭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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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5일 07시 00분


봉중근(왼쪽)과 암투병 중인 아버지 봉동식 씨. 스포츠동아 DB
봉중근(왼쪽)과 암투병 중인 아버지 봉동식 씨. 스포츠동아 DB
“제가 만약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무대에 다시 한번 설수 있다면, 꼭 아버지를 모시고 가고 싶습니다.”

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향한 봉중근(32·LG)의 마음은 애틋하기만 하다. 부자는 21일 롯데전이 열린 잠실구장 그라운드에 함께 섰다. 봉동식(71) 씨의 시구를 봉중근이 받음으로써 아버지의 오랜 소원은 이뤄졌다. “아버지께서 얼마나 기뻐하시던지…. 아들 야구경기 보시는 게 평생의 낙이셨거든요.”

어릴 때는 엄하기만 했던 아버지는 어느새 막내아들의 넓은 어깨에 기대고 있다. 오랜 암 투병으로 지친 아버지에게 가족은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버팀목이다. “다른 소원 없습니다. 그냥 제 경기를 오래 지켜보셨으면….” 현재 간암을 앓고 있는 아버지는 복수가 찰 정도의 상태다. 이제 서서히 고통을 느끼는 단계. 아들의 마음은 바늘로 찌른 듯 아려온다.

“내년 시즌까지 제가 마운드 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잠시 머뭇거리던 봉중근은 자신의 소망을 털어놓았다.

“물론 제가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2012년 WBC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그 때 아버지를 꼭 모시고 가고 싶어요. 태극마크를 단 모습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2009년 WBC에서 이치로(일본)를 꽁꽁 묶으며 ‘봉열사’라는 별명을 얻었던 봉중근. 이제 그는 아버지를 위해 몸을 던진다. 서른을 훌쩍 넘긴 막내는 이제 아버지가 내년 봄까지 건강을 유지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문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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