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잃은 넥센… “풀죽어 있을 수만은 없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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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잠실야구장. 수장을 잃은 넥센 선수들은 말이 없었다. 얼굴에는 성적 부진으로 전격 경질된 김시진 전 감독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했다. 올해 한때 홈런 선두를 달리다 시즌 중반 부상으로 주춤했던 강정호는 “할 말이 없다”며 자리를 피했다. 선수 대표로 나선 박병호는 “남은 15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감독님에 대한 도리”라며 침울한 선수단의 분위기를 전했다.

곤혹스러운 건 감독대행을 맡은 김성갑 수석코치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감독(대행)이라고 부르지 말아 달라. 나는 그냥 수석코치일 뿐”이라고 했다. 김 전 감독과는 1998년 넥센의 전신인 현대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였기에 그 역시 당혹스러워했다.

김 감독대행은 “(김시진 야구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겠다”고 팀 운영 방침을 밝혔다. “풀타임을 처음 치르는 선수들을 코칭스태프가 잘 관리했어야 했는데 감독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해 죄송하다”고도 했다.

한편 전날까지 전화기를 꺼 놓았던 김 전 감독은 이날 밝은 목소리로 본보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나는 괜찮다”며 팀을 먼저 걱정했다. “선수들이 동요할까 봐 일부러 만나지도 않았다. 사퇴 의사를 밝혔던 정민태 투수코치에게도 시즌 끝까지 선수들을 책임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은 구단과 팀 운영에 대한 견해가 달랐던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김병현 강윤구 김영민에게 선발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 팬들의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잘해야 내년을 기대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어린 투수들의 발전이 더디고 풀타임 경험이 없는 야수들이 후반기 부진했던 게 아쉽다”고 했다.

이장석 넥센 구단 대표와의 불화설에 대해서는 “충돌은 없었다. 해임 통보를 받고도 팀 얘기를 나눌 정도였다”고 일축했다. 내년 시즌 넥센의 미래에 대해서는 “더 좋아질 팀이다. 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자연인으로 돌아간 김 감독은 당분간 휴식할 계획이다. 그는 “지도자로서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되돌아보고 필요하다면 미국이나 일본으로 공부하러 갈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넥센#김시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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