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 “SK, 우리 애들 가지고 놀아” 이만수 감독 “정상적 투수교체… 난 떳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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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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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회말 투수 대타 기용 논란


“LG와 우리 선수들, 그리고 팬들을 기만하는 행동이라 생각했다.”(김기태 LG 감독·43)

“지극히 정상적인 투수 교체였다.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이만수 SK 감독·54)

김 감독과 이 감독이 정면충돌했다. 12일 잠실 경기에서 불거진 두 사령탑의 감정 다툼은 이튿날인 13일까지 이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전날 LG의 9회말 마지막 공격 때 SK의 투수 교체를 둘러싼 두 감독의 시각차에서 비롯됐다. 이 감독은 SK가 3-0으로 앞선 9회 수비에서 1사 후 LG 왼손 타자 이진영 타석에서 왼손 투수 박희수를 오른손 투수 이재영으로 교체했다. 이재영이 이진영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은 뒤 후속타자 정성훈에게 2루타를 맞자 이번에는 왼손 투수 정우람을 마운드에 올려 박용택을 상대하게 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박용택을 대타 신동훈으로 교체했다. 신동훈은 올해 입단한 신인으로 야수가 아닌 투수였다. 그는 타석에서 방망이를 한 번도 휘두르지 않은 채 스탠딩 삼진을 당했고 경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경기를 포기해 팬들을 우롱한 게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김 감독은 13일 잠실야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왼손 타자 이진영을 상대하는데 왼손 투수 박희수를 빼고 오른손 투수 이재영을 투입했다. 죽어 가던 우리 팀을 살짝 살려놓은 뒤 다시 짓밟으려는 의도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늘 선수들에게 ‘상대를 기만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한 팀을 책임지는 내 입장에서 ‘우리 애들’을 가지고 논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에게도 ‘우리가 얼마나 허접해 보이면 저러겠느냐’고 했다. 당장 1패를 당하더라도 상대팀에 일침을 놓아 팀 분위기와 체질을 바꾸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우리 팀 투수 상황을 보면 알겠지만 박희수와 정우람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오래 등판하지 않았던 이재영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감독이라면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감독은 “3점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점수차이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상대를 깔보거나 기만하는 것은 나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의미였다.

한편 13일 열릴 예정이던 두 팀의 잠실 경기와 광주(롯데-KIA), 대전(삼성-한화)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유일하게 열린 목동 경기에서는 넥센이 두산을 4-2로 꺾고 최근 4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SK#LG#9회말#투수 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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