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없이 이룬 MLB 역대 최고의 불펜 ‘2002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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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30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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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 속에 ‘왕조’ 혹은 ‘왕국’이란 칭호가 붙은 팀은 여럿 존재해 왔다.

베이브 루스가 등장하며 일궈진 1920~30년대 뉴욕 양키스의 ‘머더스 로우’가 그랬고, 피트 로즈와 조 모건 등이 활약한 1970년대의 신시내티 타선은 ‘빅 레드 머신’이라 불리며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았다.

이에 못지않은 것이 과거 1990년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가 이룩한 그렉 매덕스-톰 글래빈-존 스몰츠로 대표되는 ‘선발 투수 왕국’이다.

이들은 1993년부터 1996년까지 4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1992년 매덕스는 시카고 컵스 소속)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 어느 팀의 어떤 선발조보다 위력적이며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홈런왕 행크 아론으로 대표되던 애틀란타의 이미지는 점차 ‘선발 투수’로 바뀌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애틀란타 하면 강력한 선발 투수를 떠올리게 됐다.

이러한 애틀란타에 그렉 매덕스-톰 글래빈-존 스몰츠가 건재하던 시절인 2002년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선발 투수의 팀에서 불펜의 팀으로 변모한 것.

마무리 투수로 변신한 존 스몰츠를 포함해 핵심 불펜 투수 모두가 내셔널리그 최상위권의 성적을 기록하며 뒷문을 확실하게 틀어막았다.

물론 2002년에도 애틀란타의 선발 투수는 강력했다. 글래빈과 케빈 밀우드는 200이닝을 넘게 던지며 18승씩을 따냈고, 매덕스 역시 16승과 2점 대 중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글래빈과 매덕스가 노쇠해가고 있던 점을 감안했을 때 완벽한 불펜의 활약이 없었다면 이러한 성적을 기록했을 가능성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선수는 스몰츠다. 부상으로 인해 불펜 투수로 전업한 후 2002년 3승 2패와 55세이브를 기록하며 뒷문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시즌 초 1경기 대량 실점 때문에 평균자책점은 3.25에 그쳤지만 그 해 내셔널리그에서 스몰츠보다 안정감 있게 경기를 마무리 한 투수는 LA 다저스의 에릭 가니에 뿐이었다.

뛰어난 누적 기록을 쌓은 마무리 투수 앞에 강력한 불펜 투수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것. 스몰츠 역시 그랬다. 그 해 스몰츠의 앞에는 크리스 해몬드, 마이크 렘밍어, 대런 홈즈가 있었다.

이들의 활약은 당시에도 화제가 될 만큼 의외였던 ‘사건’이었다. 사실 부상이 없는 스몰츠의 뛰어난 활약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들이 이처럼 완벽한 투구를 해낼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

세 명의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해몬드는 2002년 이전까지 별 볼일 없는 투수였다. 선발과 불펜을 오갔고 1998년 플로리다 말린스를 마지막으로 1999년부터 2001년까지는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지 못한 투수였다.

하지만 해몬드는 2002년 고무줄로 당기는 듯한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 불펜을 평정했다. 총 63경기에 등판해 76이닝을 투구하며 7승 2패와 0.95의 압도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해몬드와 함께 왼손 불펜으로 활약한 렘밍어는 불펜 투수로 전업한 1999년부터 꾸준한 활약을 해왔다. 하지만 2002년은 더욱 특별했다.

좌투수의 이점을 잘 살리며 73경기에서 68이닝을 투구하며 7승 3패와 평균자책점 1.99를 기록했다. 해몬드와 렘밍어의 투구 앞에 내셔널리그의 좌타자는 맥을 추지 못했다.

오른손 불펜 역시 막강했다. 1990년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 후 1992년을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2점 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본적 없는 대런 홈즈가 그 주인공.

홈즈는 마치 무엇에라도 홀린 것 같은 완벽한 공을 뿌렸고, 55경기에서 54 2/3이닝을 던지며 1.8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홈즈의 통산 볼넷:삼진은 292:518이지만 2002년 만큼은 47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동안 16개의 볼넷 밖에 내주지 않았다.

이외에도 케리 라이텐버그가 66 2/3이닝을 던지며 2.9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당시 촉망받던 불펜 투수인 팀 스푸니바거 역시 51 1/3이닝을 투구하며 2점 대 중반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라이텐버그와 스푸니바거의 기록을 합산한다고 해도 2002년 당시 애틀란타 핵심 셋업맨의 평균자책점은 2.02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불펜 왕국’이라 불려도 좋을 정도의 수치였다.

물론 애틀란타는 현재도 크레이그 킴브렐(24)이라는 걸출한 마무리 투수가 등장해 강력한 마운드를 자랑하는 팀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비록 내셔널리그 우승에 실패하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시즌 101승 59패를 기록하며 승률 0.631을 마크할 수 있었던 데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당대 최고의 성적을 낸 불펜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동아닷컴 조성운 기자 maddux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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