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 스페셜] 감독교체 없다더니… 신용·의리 저버린 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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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9일 07시 00분


‘고개 숙인 야왕.’ 시즌을 한 달여 남겨두고 전격적으로 해임된 한대화 한화 감독. 그의 경질로 한화는 또 한번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스포츠동아DB
‘고개 숙인 야왕.’ 시즌을 한 달여 남겨두고 전격적으로 해임된 한대화 한화 감독. 그의 경질로 한화는 또 한번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스포츠동아DB
수석코치 교체까지 개입하는 프런트
권리 빼앗아 놓고 성적 물어 감독 경질
3년간 함께 땀흘린 사령탑 떠나던 날
구단 수뇌부는 자리비워 의리도 실종


한화 그룹의 사훈이자 한화 구단이 시즌 내내 강조해온 ‘신용과 의리’는 과연 어디로 사라진 걸까. 한화가 27일 한대화 감독을 경질했다. 그리고 28일 ‘한 감독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2개월 전 “시즌 끝까지 감독 교체는 없다”고 공약했던 한화다. 그 약속을 스스로 저버렸으니 적절한 이유가 필요했을 터다.

○‘경질’을 ‘사퇴’로 덮으려 눈 가리고 아웅

한화 노재덕 단장은 28일 “전날 오후 8시에 한대화 감독을 만나 식사를 하다 ‘힘에 부친다. 쉬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너무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서 안쓰러운 마음에 사장님께 보고했고,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화 구단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감독의 거취는 정승진 사장이 단번에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그룹의 보고체계를 거쳐 허가가 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장과 단장의 밤늦은 통화 한 번에 감독 해임이 결정된다는 것은, 거대 모기업을 둔 프로야구단의 구조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책임’만 묻고 ‘권리’는 주지 않았다!

감독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그러나 책임을 물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권리를 먼저 주는 게 이치다. 비시즌에 김태균과 박찬호, 송신영을 영입한 한화 프런트는 지난 스프링캠프부터 선수단 운영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감독의 손발과도 같은 수석코치를 바꾸자고 제안했다가 일단 실패했지만, 시즌 초부터 성적이 바닥을 치자 다시 밀어 붙여 관철시켰다. 명분을 잃은 감독은 구단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투수들은 줄줄이 얻어맞고 코칭스태프는 감독 의사와 별개로 수시 교체되니, 한대화 감독은 “내가 힘이 없다”는 말만 되뇌었다.

○‘중도 교체’는 없다더니…

감독의 선임과 해임, 교체는 엄연히 구단의 권한이다. 그러나 과정이 매끄럽고 시기가 적절하지 못하다면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한화는 시즌 중반 사의를 표명한 한대화 감독을 “중도 교체는 없다”며 붙잡았다. 그런데 사실상 최하위가 확정된 시즌 막바지에 갑작스럽게 해임했다. 선례를 찾아보기 힘든 모양새다. 한 감독은 28일 선수단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3년간 팀을 이끌어온 감독이 떠나는 시간, 구단 수뇌부는 자리를 비웠다. ‘신용’은 둘째 치고 ‘의리’마저 사라진 한화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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